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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과옛적의 인천이야기

壽岩이의 일긔 멧절

by 형과니 2023. 6. 27.

壽岩이의 일긔 멧절

仁川愛/근대 월미도 이야기

 

2014-04-09 16:12:19

 

壽岩이의 일긔 멧절 (수암이의 일긔 멧절)

 

春園

수암이는 다섯 살된 사내아이라 그는 무론 글을 쓸줄을 모른다. 나는 그가 이럿케 적으리라고 하는 바를 대신 적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壽岩의 뜻에 올흘지 어떤지는 나는 모른다.

 

그러나 그가 아직 이것을 올타고 승인할 힘이 업는 이상 이것을 질정할 수는 업는 것이다. 壽岩이가 자라서 이 글을 읽게되는 때에는 壽岩이도 이때ㅅ긔억은 일허버리고 말것이니까 결국 이 대필인 수암의 일긔가 과연 올흔지 아닌지는 질정할 곳이 업고 말 것이다.

 

820일 일요일 맑고 덥다

오늘은 일요일이 되여서 서울서 사람이 만히 왓다. 인천바다에는 목욕하는 사람이 만타.

나는 엄마를 좃차서 바다에 나왓다. 물이 만히 들어와서 모래판이 거이다 잠겻다. 나만한 아이들도 빨가벗고 물작난과 모래작난을 한다,

 

사람들이 헤염을 치고 웃고 떠든다. 엇던 사람은 헤염을 잘 치지만은 엇던 사람은 얏흔 데서 팔을 집고 절벅거리기만 한다.

시껍앗코 뚱뚱한 사람하나가 헤염을 썩 잘치는 것 갓다. 그는 소꾸막질도 오래한다. 그는 빨강모자를 쓰고 알룩 달룩한 해수욕복을 입은 여학생들 틈을 헤어 돌아단인다. 왼바다 모도 이 뚱뚱보 판인 것 갓다. 나도 저럿케 헤염을 좀 처 보앗스면 하면 부럽다.

 

나도 까만 해수욕복을 입엇다. 엄마도 해수욕복을 입고 아자씨와 아주머니도 해수욕복을 입엇다. 그러나 엄마는 헤엄칠 줄을 모른다. 아주머니도 아자씨도 헤염칠 줄을 모른다.

 

아빠도 서울가고 아니왓다. 아빠는 헤염칠 줄을 안다. 어제 저녁에 조탕에서 엄마를 조르고 졸나서 사달랜 뜨는 테를 겨드랑에 걸고 엄마를 따라 바다에 들엇다.

 

물은 차다. 그러나 한참 잇스니까 시언하엿다. 나는 처음에는 엄마의 손을 잡고 다리를 버둥거리다가 나종에는 나 혼자 헤어보고 십헛다.

 

마츰내 엄마는 내 소원을 허락해 주엇다.

귀에 물이 들어가면 안돼!

하고 엄마가 손을 노흐며 말하엿다.

!

하고 나는 조와서 팔을 허우적거리고 다리를 버둥거렷다.

참 좃타!

하면서도 조곰 무서운 맘도 잇섯다. 나는 한참 허우적거리다가는 엄마를 돌아보앗다.

엄마는 빙그레 웃고 나만 보고 잇섯다.

또 돌아보앗다. 또 엄마는 나만 보고 잇섯다.

엄마는 이 만흔 사람중에 나 하나밧게는 보고 십흔 사람이 업는가 보다.

코에 물 들어가면 안돼!

하는 소리가 가늘게 들녓다.97

어 코에 물 안들어가

하고 나는 인제는 물이 무서운 맘이 업시 반짝반짝하는 물에 비최인 해빗츨 따라 헤어갓다. 물결이 오르락 나리락하는 때문에 엄마가 보일락 말락 햇다. 나와 엄마와 사이에는 사내 머리와 여자의 머리도 여럿이 오글오글 하지마는 내 눈에는 엄마의 모양이 얼는 눈에 띄엿다. 엄마가 이 세상에 제일 아름다운 사람이다.

엄마!

하고 나는 곳 엄마 겻흐로 가고 십흔 생각이 나서 허겁지겁으로 몸을 압흐로 내밀엇다. 그 서슬에 또는 테가 내 겨드랑에서 흘너내려서 배로 흘너내려서 다리로 흘너내렷다. 내 머리는 작구만 물ㅅ속으로 들어갓다. 엄마하고 부르려 하엿스나 소리는 나지 아니하고 두 귀에서는 웅웅웅웅웅하는 소리가 나고 눈 압헤는 붉은 것 푸른 것 누른 것 기-ㄴ것 둥굴둥굴한 것 이상야릇한 것들이 보엿다.

나는 죽네

하는 생각이 낫다.

엄마도 아빠도 못보고 나는 죽어

하는 생각이 낫다. 아모리 팔을 내어 둘너도 작구만 물ㅅ속으로 들어갓다.

나는 무서웟다. 울고 십헛다. 숨이 막혓다. 얼마만에 어느 손이 내 발목을 잡는 것을 알엇다. 그것은 분명 엄마손이라고 생각햇다.

다음 순간에 나는 엄마품에 안겻다. 두귀에는 다시 바다ㅅ물 소리와 사람들의 소리가 들녓다. 내 눈압헤는 엄마의 얼굴이 보엿다. 나는 엄마의 목에 매여달녀서 목을 노아 울엇다. 얼마나 울엇는지 모르게 울엇다. 사람들은 날더러 물을 토하라 하엿스나 나는 토하기가 실타고 버테엇다.

집에 돌아와서 엄마는 나를 안고 울엇다.

죽일번 햇다고 멧번이나 말하엿다. 내 세 살먹은 동생도 엄마를 따라 울엇다.

엄마는 나를 더욱 귀애 주엇다. 비스겟도도 다른날 보다 만히 주고 내가 조와하는 꼬까도 내어 입혀주엇다. 내동생 수산(壽山)이도 내 덕에 과자를 만히 어더먹엇다.

저녁에 아빠가 돌아와서 내가 물에 빠젓섯다는 말을 듯고

인제는 뜨는 테를 끈으로 목아지에다가 꼭 빗그러매라

하엿다.

 

821일 월요일 비가 온다

아빠는 평양을 다녀온다고 비를 마즈며 떠낫다. 나는 유리창에 꼭 부터서 아빠의 비외투 입고 우산 밧은 묘양이 아니 보이도록 바라보앗다.

아빠!

하고 멧번 소리를 내어 불넛스나 아빠에게는 들니지 아니하는 모양이엇다.

오늘은 비가 와서 해수욕을 못 나갓다.

수산이 하고 싸우고 엄마한테 어더마젓다.

내가 수산이 녀석을 때렷다.

저녁때가 되여도 아빠가 돌아오지 아니함으로 섭섭햇다.

 

822일 화요

바람이 분다. 비도 오다.

유리창이 덜그덕거리고 나무들이 이리 누엇다 저리 누엇다한다.

나는 집에 가처잇는데 바다ㅅ물은 다른날과 가치 들어왓다 나갓다.

 

823일 수요

아빠한테서 그림엽서가 왓다. 강이 잇고 집도 잇고 나무도 잇고 배도 잇는 그림이다.98아빠가 내가 보고 십다고 햇다고 편지 것봉에는 내 이름을 썻다고 나는 그것이 깃벗다.

밤에 어더케나 바람이 부는지 나는 엄마몸에 꼭 부터서 잠을 일우지 못하엿다. 수산이는 그래도 쿨쿨 잣다. 어떠문 이 바람에 잔담. 비가 오는데좍좍좍 바람이 비를 몰아다가 유리창에 뿌려서 밤새도록 쏴쏴 덜그덕덜그덕 천동을 하고 번개를 하고 이런때 아빠가 잇스면 자키나 조흘가 아빠만 잇스면 무서울 것이 잇나.

 

824

비가 개이고 볏이 낫다,

볏 낫다!

하고 나는 일어나는 길노 창을 열고 소리첫다. 그러나 바람이 어더케나 세인지 나는 숨이 막힐번 햇다.

생선장수가 와서 하는 말이 어제ㅅ밤에 배가 깨어지고 텐트가 다 날아갓다고 한다.

어그머니 저 텐트 친 사람 혼낫겟네

하고 엄마가 걱정하엿다.

우리는 아침밥을 먹고 바다ㅅ가로 나갓다.

그 바다! 물결들이 작난하다가 쫏겨오는 아이들 모양으로 으아 소리를 치고 힌 거품을 물고 월미도로 달겨드는 것이 참 좃타.

엄마 저 물ㅅ결이 얼마나 만하오-

하고 내가 엄마에게 물엇다.

참 만타

하고 엄마가 대답하엿다.

아니 물ㅅ결이 얼마야?

하고 또 물엇다. 나는 그 물ㅅ결 수효가 알고 십헛다. 병정이 저럿케 만흘까 하고 생각도 하엿다.

그걸 어더케 아니하고 엄마도 모르는 모양이엇다. 어른이 그것도 모르는 것이 이상햇지만은 나는 엄마가 부끄러워 할가바서 더 뭇지 아니하엿다. 그러나 내 과자통 속에 잇는 비스겟도 보다도 더 만타고 생각햇다.

과연 해수욕장에 잇던 옷벗던 텐트가 나가 자빠지고 말뚝만 남고 학생들이랑 아자씨네들이랑 엄마 동무 아주머니들이랑 와서 밥해먹고 잇던 텐트들도 멧집 안남고 다 자빠저버리고 그 만턴 사람이 다 가버리고 멧치 안보인다.

해수욕장 밧게 들어와 안젓던 배 두척도 아니 보인다.

엄마 그 배 어듸갓서?

하고 물어보앗다.

저의 집이 간게지

하는 것이 엄마 대답이다.

저의 집이 어듸야?

하고 물엇다.

아마 저 강화도인지도 모르지

하고 엄마도 모르는 모양이엇다.

월미도 압 곳으로 날마다 애들이 오르내렷다. 프프프프프하는 발동긔선 돗단배 저어가는 배 이 배들은 다-집이 어듸며 무엇하려 다니는지 알고 십헛다. 나도 그 배를 타고 돌아다니고 십헛다.

그 두배가 깨어진 것이나 아닐까 아까 집에 왓던 생선장수 말이 어제ㅅ밤에 배도 깨어젓다는데 그것이 그 배들이나 안일까 그것이 궁금하엿다.

춥다.

인제는 서울로 가야겟다.

하고 엄마가 말하엿다.

?

하고 내가 물엇다.

추어지니깐 서울 집으로 가야지

하고 엄마는 나를 업엇다.

엄마 내살이 인제는 꺼매젓서요?

하고 나는 내 꺼머케 볏에 걸은 다리를 보앗다. 아빠와 엄마는 나와 내동생의 살이 볏에 걸어서 머지는 것을 바라고 잇섯다. 감긔 잘 들고 약하든 내가 바다ㅅ가 햇볏에 살이 매지면 감긔가 아니든다고. 이날 엄마는 이웃에 와잇는 아주머니와 함께 나와 수산이와 아주머니 아들과를 다리고 자동차를 타고 인천구경을 갓다. ()―<99

97-99

 

 

 

잡지명 삼천리 제4권 제4

발행년월일 19320401

기사제목 壽岩이의 일긔 멧절

필자 春園 춘원

기사형태 소설

 

 

[출처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http://db.history.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