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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과옛적의 인천이야기

꿈(全1幕)

by 형과니 2023. 6. 27.

(1)

仁川愛/근대 월미도 이야기

 

2014-04-09 16:13:08

 

(1)

 

金雲汀

현대 初秋月夜.

장소 인천 월미도

 

등장인물

 

룸펜 權僉知. 60세 전후

同 萬吉. 25, 6

景三 (무역상점원. 롭팬 權僉知의 아들) 25, 6

政子 (무역상의 딸) 22, 3

기타 순사 1

 

무대

 

무대는 해안의 突端, 全面은 싯낌한 바위가 울룩불룩 서고 중앙에 평평한 반석이 비스듬이 누엇스며 그 뒤에는 岩窟이 잇다. 그 아래는 놉흔 岩壁이 둘녀 쌔워서 보기에도 무서운 斷涯로 되어 잇다. 지금 마츰 만조의 물결은 맹렬한 형세로 암벽에 부듸처 드려온다. 좌편에 보이는 港內의 거리에는 다수의 전등이 꿈속처럼 멀니 明滅하며 해면에는 初秋의 맑은 월광이 빗치여 무한히 넓은 바다는 銀波를 치고 잇다.

막이 열니면 룸펜 萬吉이 반석 우에 누어 둥굴고 잇다.

(凝音)

갈맥이 파도소래 조곰 잇다가 고요히 막이 열닌다.

萬吉 - 맥이 풀닌다. 오늘은 월미도(月尾島)에서 원유회가 잇다길래 일흔 아침부터 기껀전을 벌녓드니 시원한 버리두 업고 다만 먹다 남은 삐루가 두 병 허구 네 홉드리 정종(正宗)한 병을 집어센 것 뿐이다. 이만해도 훌늉하지. 이것만 잇스면야 권첨지허구 저 달을 처다보면서 훌륭히 한 잔 씩게 됏다. 권첨지가 도라오면 구증중한 쇰을 쓰다듬으면서 꽤 조와헐걸. 오늘 아츰에도 나구 가자고 그레닛가. 원유회에는 아는 놈들이 온다고 해서 혼자 거리떠리를 허라 나갓는데 입때 어듸를 설넝거리고 단일까. 모르긴 물나도 나님만치야 못 엇엇슬걸. 그건 그럿타구 허고 삐루나 한 잔 잡수실가. -. 곱뽀가 업네. 곱뽀란 그런 곱살마진 것이 내 살님사리에 잇슬 리가 잇나. 언제나 소중하게 가지고 다니는 이 밥통에라도 따러 마싯가. 가만잇자. 빈 병이면야 삐루님이 투덜투덜 노열걸. 그러면 그럴 것 업시 이럿케 병 채로 드리키지. (입 맛을 다신다) - 맛 줏타. 주아. 가슴이 훌연해 지는구나. - 오늘 밤은 뭐라고 할 수 업는 고마우신 밤이다. 술이 잇고, 달이 잇고 거기다가 또 여기는 경치가 조흔 해안이 되니 업친 데 덥처서 오늘 하루란 이 거지 만길님에겐 두 말할 것 업시 대신 부럽쟈는 날이다. 그러나 이 쯤 되면 다만 부족한 것은 게집이 업는 것 뿐이지. 게집! 참 오늘 원유회에는 꽤 상파댁이 고은 년들이 만히 왓섯것다. 그 중에 양장을 묘하게 차리고 쪽 빠진 발에다 샛하얀 구쓰를 신고서 -여보세요. 오늘밤엔 온 김에 해안호텔에서 하루 밤 쉬여가요. . 여보.라구 놈팽이에게 사랑을 발느겟지. 그년이야말로 참 옙부든 걸. 저런 독단 것을 이럿케 끄러 안고 꽉 끼안으면... 아하 못 견듸겟다. 히히...(우슴)

(이 때에 순회하는 순사가 낫타난다.)

순사 이놈아. 이놈아. 이 자식. 거기서 멀 하고 잇느야 응. 그처럼 일너도 너는 그래도 여기서 어름어름하고 잇서. 오늘 원유회에 M은행 지배인의 가방을 훔친 놈이 너지 응. 뻔질뻔질한 자식이다. (만길의 뺌을 친다.)

萬吉 아니올시다. 아니올시다. 천만에 말슴이겝쇼. 그런 것은 저는 몰음니다. 저는 아츰부터 촌으로 도라단녀서...

巡査 촌으로 도라다녓다? 거짓말 말아. 그러면 거기 잇는 삐루병은 어듸서 훔처왓서. 앗가 원유회에서 흠처왓지. 이 더러운 자식이.(또 따린다.)

萬吉 (우는 목소래로)아니올시다. 아니올시다. 천만에 말슴입쇼. 저겟은 빈 병을 엇어온 것이을시다.

巡査 거짓말 말아. 이놈 훔첫지. 빨니 대라. 올 여름부터 너히들이 이 바위굴에다 움을 진 후로는 여긔저긔서 모도들 좀도적이 난다고 서장까지 잔말을 해서 나까지 쓸 데 업이 부댁 기고 잇다. 쓸 데 업는 놈들이 모혀서 그것뿐만 안이다. 너 갓흔 추접한 자식들이 이 해안에 그니는 때문에 월미도 풍치까지 손상한다고 이곳의 유지들도 귀가 압프게 떠든다. 너희들은 그것을 몰으느냐?

萬吉 에헤. 몰음니다.

巡査 몰음니다가 뭐야. -ㅅ 이 추근추근한 자식.(발노 찬다)...

萬吉 (우는 소래로). 어규어규 나리님. 이번만은 어떠케 용서해 주십쇼. 제발제발.

巡査 안된다, 안되 응, 안되. 너희들을 어느때까지 이곳에 두엇다가는 조흘 것이 업서. 물건이 업서젓다고 내게로만 오니 귀찬어서 견딀 수 업다. 얼는 이러나 빨리 이곳을 떠나. 빨니 떠나지 안으면 이번에는 정말 쓰러넛는다.

萬吉 제발 나리님.

巡査 무어야. 감옥에 가고 십단 말이냐, 감옥에. 참 기가 막힌다.

萬吉 차차 추워지니깐.

巡査 그래서 감욱에 갈녀고 한단 말이냐. 참말 할 수 업는 자식이다. 도독질이 상습이야. 감옥에는 가고십퍼 네놈에게는 대체 엇더한 벌을 주어야 그 벌읏은 곳치겟니. 네놈들에게는 한 가지 약이 잇지만 그것을 먹고 십지는 안으냐.

萬吉 무엇이옵닛가.

巡査 사 사형이란 약이다. 그것을 마시면 뒤에는 께긋하게 이런 것 저런 것 잇일 수가 잇는 것이다.

萬吉 아즉 죽고 십지는 안슴니다.

巡査 이래도 죽고 십지 안타. 참 기가 맥히는 자식이다. 얼는 이러나 빨니 가. 또 이 근방에 숨어 잇스면 융서 안한다.

萬吉 네 네. 지금 곳 가겟슴니다.

(萬吉 간다.)

巡査 아 못된 자식들이 잇서 귀찬어 못 견듸겟다. 그건 그러타고 하고 또 여기 잇든 저 텁석부리 거지는 어듸로 갓슬가. 그놈도 곳 도라올 터이지. 그놈은 참 밉살머리스런 놈이야. 양반 퇴물이라든가 머라든가 하고 언제든지 철학 냄새가 나는 말대답만 툭툭 하지. - 곤하다. 차차 도라가 쉬여나 볼가.

(巡査 간다. 무대 잠간 뷘다.)

파도소래 고요해진다.

權僉知 낫타난다.

權僉知 오늘은 촌 근처로 헤맷드니 몸이 아조 피곤해젓다. 그런데 이 소중한 바위굴을 이럿케 띵 뷔위두고 만길이는 어듸를 싸다닐가. 어듸 회파람이나 한 번 부러볼가?

--

(회파람에 응해서 아레쪽으로부터.)

萬吉 ! ! !(회파람 소리 들린다.)

權僉知 그럿치. 만길이가 잇구나. 얘야, 얘야. 나는 지금 도라왓네.

(萬吉 올나온다.)

萬吉 권첨지!! 지금 도라오섯소? 올나올 때 순포놈은 못 보앗소? 지금 막 일상 여긔 다니는 괭이 수염을 비죽거리는 순포가 와서 오늘밤에는 아모래도 용서할 수 업다고 엇지 야단을 치는지 참 무섭게 날 칩듸다. 그래 그 삽품에 따귀를 한 번 눈에 불 뻔적하게 마젓드니 지금까지 얼얼하구려.

權僉知 참 압푸것네 그려. 여긔 오는 순포 중에 그놈만큼 잔소리 심한 자식은 업스니까 어, 이 담에는 서로 좀 정신을 차리기로 하세.

萬吉 그런데 권첨지!! 놀나면 안되우. 이것을 보오 이것을. 목에 침이 꿀덕 너머가지. 이걸 보오. 이 술을 권첨지가 일상 술이 먹고 십허 먹고 십허하니까 오늘은 내가 흠신 벌어왓소. - 저 달을 처다보면서 둘이서 천천히 먹으봅시다.

權僉知 여허 고마우이. 나는 요새 몃칠동안은 도모지 술이라구 한 방울도 맛을 못봐서 맘이 쓸쓸해서 울고 십헛네. 오늘밤엔 덕분에 오래간만에 어듸 한 턱 먹어보세나.

萬吉 아 좃쿠말구. 권첨지는 이것을 자시요 이 정종을. 나는 이 먹든 삐루를 마실테니. - 이럿케 병채로 마십시다.

權僉知 - 고마위이. 참 잘 먹겟네.<44> (입맛을 다신다.) 맛 좃타 맛좃타. - 감로(甘露). 배 창자가 훌연해지네. 참 조흔 술이다. 나도 녯날 갓흐면 이런 맛존 술을 먹고 십흔대로 마시고 십흔대로 드리킬텐데...

萬吉 그랫슬테조. 권첨지는 꾀 굉장한 집안에 태낫다니까. 그건 그럿타구 하고 나는 일상 권첨지에게 뭇자 뭇자 하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조용히 물은 일이 업지만 권첨지는 참 훌늉한 양반의 집에 아드님이라고 하지 안엇소. 오늘 밤은 우연히 서로 마음이 유쾌하니 어듸 권첨지의 신세 이약이나 들읍시다 그려. 이럿케 우리 둘이서 거친 물결이 처드러오는 바위 속에서 남누한 몸을 서로 비비고 잇게된 것도 전생에 무슨 인연도 잇섯는지도 몰나. 자아 권첨지의 신세 이약이를 좀째 오늘밤은 술을 먹은 탓인지 급작스리 슬퍼지네. 별안간 슬퍼지네. 달이 째지게 밝어서 항구쪽까지가 멀니 보여 마음이 엇젤 줄을 몰으겟네 그려. 그리구 살에 부듸치는 바람까지가 선득해지구.

萬吉 그리 말심하니 요새 하루 잇틀새는 제법 선선해젓서. 이 해변가 바위 굴속에서 사는 것도 인제 몃칠 안 나머서.

(파도소래 점점 놈고 게광이 운다.)

權僉知 그러이. 여기서도 하누님이 우리들을 곳 내쪼칠터야. 하얀 눈을 죄 뿌려서 우리들의 장차 움집을 트러 막을테지.

萬吉 그럿죠. 눈이 퍼부면 이런데야 엇덧케...

權僉知 자아. 그러면 우리들은 어듸로 가나...

萬吉 글세요. 우리들은 또 영 리별을 하게 될지도 몰으지요.

(사이)...아 쓸데업는 소리를 해서 엇제 처량해 오는 걸. 권첨지!! 그런 처량한 소리는 그만 두고 권첨지의 양반님 시절 이약이나 하시구려.

權僉知 - 양반노릇 할 때 일을 생각하면 나는 여러 가지 녯날 꿈이 생각이 나서.

萬吉 그러실테지.

權僉知 내가 난 데는 서울에서는 반촌이라는 잿굴이란 곳이지. 그리고 그런데두 그 동리에서도 제일 큰 대문을 달은 수백간 되는 넓단 집에 맛치 대궐갓치 차린 그 안방에서 내가 태어난네.

萬吉 에헤. 그럿케 큰 집에서 권첨지가 나섯단 말이지.

權僉知 그것 뿐만 안이야. 그 시절에는 내 집에 백 명두 넘는 사내종 게집종들이 잇서 내가 그 압흘 지내면 모두들 놀어서 도련님 새 서방님 하고 떠밧첫지.

萬吉 에헤 굉장허섯구면.

權僉知 그 시절에 내 조부님은 판서라는 지금가트면 대신이섯지. 그나 그뿐인가. 아버님은 목사(牧使)라는 벼슬노서 시방도 장관 갓흔 벼슬이엇다네.

萬吉 헤에. 그러시면 돈도 산뎀가티 햇겟지.

權僉知 돈이야말노 참 깜팽이갓햇지. 다섯 간이나 열 간이나 줏 붓흔 광 속에서 돈이 한모텡에서 동녹이 슬고 잇섯네.

萬吉 참 굉장햇군. 돈이 그만큼 잇슨면야 그거야말누 무엇이든지 하굽흔 대로 할 수 안잇섯겟소.

權僉知 그러나 그 시절쯤이야 내야 그까진 돈 쯤이사 손톱만치나 생이드나.

萬吉 왜 그래요?

權僉知 돈이 쓰고 십흐면은 언제든지 돈 잇는 상놈을 붓잡어다가 넓직한 뜰 압헤다 업허 놋코 회채리로 볼기짝을 짝짝 갈기면 돈 쯤은 얼마든지 갓다 밧치니간.

萬吉 그건 뭐 강도와 한가지로군.

權僉知 참 강도지. 그 강도질 한 죄가 말장 내가 앙화가 된 모양이야.

萬吉 그럿케 돈이 산템이갓치 잇섯는데 엇재서 권첨지는 거지가 되엿수.

權僉知 그거야말노 지금 자네게 들녀 줄 이약이란 말일세. 그리쟈 얼마 안잇서 개혁(改革)이라는 소동이 이러나서 세상이 빨근 뒤집혓다네. 그거 무슨 말인구 하니 녯날 정사허구 시체정치하구 밧기엇단 말야. 그래서 내 조부님의 벼슬도 떠러지구 뒤밋처 내 아버님의 목사도 떠러지고. 거기다가 아버님은 공전을 만히 썻다고 해서 감옥에 쓰러넌지 3년만에 거기서 그만 도라가시구 말엇지. 그 때가 말하자면 양반들이 망해가는 때란 말이야.

萬吉 그래서 권첨지는 거지가 되엿단 말슴이슈.

權僉知 여보게. 거지거지 하지 말게. 나는 아즉도 거지질은 안엇네. 자네와는 아즉도 좀 달러. 나는 다만 집 업는 놈이지.

萬吉 뭐요. 거지나 집 업는 놈이나 갓지 안수.

權僉知 그런가. 난 또 집 업는 놈은 좀 난 줄 알엇지. 아아하하...(웃는다.)

萬吉 미친 놈 놀니듯 하시구려. 갓지 안수. 그런 말보다 양반 이약이나 좀 더 하시구려.

權僉知 일건 먹은 술이 벌서 깨워진다. 그럼 이약이나 좀 더 할가. 그래서 조부님이 도라가신 후 얼마 안되야 아버님도 감옥에서 도라가시구 뒤에 홀로 남은 나는 맛치 컴컴한 밤중에 들판에 홀노 내던진 것 가튼 생각이 나서 그 때는 그저 울고만 세월을 보냇네. 다른 동무들은 일노부터 세태가 변해진다고 새로운 학문을 배우지 안으면 나중에 곤란하다고 목심처럼 액끼든 상투까지 깍거 버리고 영어를 배운다 덕국말을 배운다 또 법률이라든가 모든 새로운 학문에 눈들이 뒤집혓섯는데 나 혼자 언제까지든지 양반은 훌늉한 것이다 나도 나종에 돈이 소용잇스면 상놈들의 볼기짝들 두들기기만 허면 전 모양으로 돈을 갓다 밧치리라고 아버님때부터 보든 그것만 생각햇단 말야. 엇재 내가 그럿케 못낫든지. 참 압 못 보는 눈 뜬 장님이엇던 말이야.

萬吉 사람이란 누구든지 조왓든 때만 생각하는 것이란 말이야.

(단소 소리가 들녀온다.)

權僉知 글노부터 몃 해 안되여서 세상은 말큼 변헤지고 상놈들의 볼기 커냥 어름어름하면 내 볼기를 됩다 맛게된 형편이야. 가지고 잇는 철냥은 점점 업서지고 만흔 방속들을 데불고서는 그대로 지내자니 먹을 것좃차 업서지고 할 수 업시 집까지 팔고 시골노 낙향을 하진 안엇나. 그러나 새 바람은 시골이나 서울이나 가터서 시골서도 맛천가지로 돈이 업스면 살 수가 업네 그려. 나종에는 남어지 세간 나부렁이까지 팔어 업새고 만주로 향해서 벼농사랍시고 하러 갓섯스나 태여나길 약*으로<45> 태여나서 손에 익지 안은 농사군 노릇이 될 택이 잇나. 하루만 일을 하면 드러 눕게되고 마누라는 때때 흉악한 청인놈들에게 쪼겨다니지. 그러고 엇더케 오래 살 수가 잇서야지. 반년도 못되여 마누라는 덜컥 병이 들어 석달이나 알엇슬가. 할 수 업시 약 한목음도 못 어더먹고 불상하게 죽어버리고.(운다.) 나종에 남은 세 살된 어린 것은 아모 것도 몰으고 숨이 끈친 시체에 매달려서 엄마엄마하면서 젓을 찻지 하--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까지도 몸소리가 치네.

萬吉 - 가엽게두.

權僉知 그 자리에서 한꺼번에 어린 것까지 눌너 죽이고 나도 죽어 버릴려고 수건을 가지고 덤벼드니가 아무것도 몰으는 어린 것은 먹을 것이나 주나 해서 벙글벙글 웃지를 안는가. 그걸 보닛가 내 손이 벌벌벌 떨녀서 뒤로 벌덕 쓸어젓네.

萬吉 아무것도 몰으는 어린애 말로 불상하게도 나도 눈물이 나구려.

權僉知 아하. 밤 중에 정신을 차려본 즉 어린 것은 어느 틈에 죽은 에미 젓꼭지를 물고 색색 자고 잇지 안튼가. 참 불상하게두 장사에는 커영 애당초에 사람에 싹기란 한 놈도 오지 안코 나 혼자 잇흘이나 애를 쓰며 구뎅이를 파고 마누라 시체를 껄어다가 들까에 파뭇엇네. 그리고 어미 업는 자식을 등에 업고 정처업시 집을 떠낫지. 그래서 만주 광야를 이곳으로 넉 달이나 헤매다가 안동현에 온 것이 똑 요새갓치 가를 바람이 불든 때엿다네. 에라 여기까지 왓스니 인제는 안심이라고 등에 업힌 어린 것을 청인전방 압헤 내려놋코 잠시 오줌을 누고 오니깐 금방 거긔 나려논 아해가 업지 안은가. 나는 깜작 놀나 눈이 붉끈 뒤집혀서 그 근방을 찻고 또 찻젓스나 아헤 형적은 다시 볼 수가 업지 안튼가.

萬吉 대체 어딀 갓단 말슴이요.

權僉知 가다니. 간 게 안이야. 청인이 집어간 것이야. 그래서 나는 밋친 놈 모양으로 3년 동안이나 찻여 단엿스나 엇젠 셈인지 어린 것 형적은 종시 알 수 업고 나종에는 몸과 마음이 다 폴니고 웬일인지 고향땅이 또 다시 그리워서 실흐면서도 할릴업시 다시 조선에 발을 드려와 다행이 어린 것이 조선에나 불녀 드러오지나 안엇나 하고 서울노 시골노 도라단이며 20년이나 넘는 오늘까지 그 자식 얼골이라도 한 번 보고십허 거지질까지 하면서 찻고 잇는 것이라네. 아마 이 세상에는 나가티 불상한 신세는 또 다시 업슬 것일세. 아아. 술김에 말끔 쓸떼업는 이야기까지 헤 버럿다.

萬吉 아아. 참 불상한 일이로군. 듯고 보니 참으로 눈물 나구려...

權僉知 오호. 선선헤젓구나. 벌서 퍽 밤이 깁헛겟지.

萬吉 참 선선헤젓군. 글세 이럭저럭 새루 한 시나 되엿슬걸.

權僉知 자아. 인제 차차 바위굴 속으로 드러갈가. 왜 오늘밤은 사방 이상하게 이러케 고요한가. 또 물에 빠지는 사람이나 업스면 조흘텐데. 야룻하게도 달이 몹시 밝은 밤이로군.

(파도 소리난다.)(단소소리 끗친다.)

萬吉 권첨지! 그러면 나는 저축황에 가서 한 차레 버리를 헤올께 권첨지 몬저 주무슈.

權僉知 그만두게나. 오늘밤만은 이럿케 달이 밝지 안은가. 만일 순행순사에게나 들키면 큰일나네.

萬吉 괜찮우. 그럿케 어색하게는 아니하니깐. 축항에는 모든 물건이 산템이가티 싸엇서. 자아 한 차레 갓다올가.

權僉知 말내두 그래. 위태하다닛가.

萬吉 괭기찬소. 일 업소.

(萬吉 사러진다.)

權僉知 벌서 갓구나. 댓체 빨으기도 하다. 어허 차차 자나볼가.

(무대 暫間 빈다.)

(景三政子 등장)

景三 - 경치가 훌늉한 곳임니다. 미리 말할 수 업시 상쾌한 해안이구만. 정자씨 다리가 몹시 압흐시조.

政子 다리가 뻣뻣해젓서요. 대단히 경치가 좃슴니다.

景三 참으로 상쾌한 곳임니다.

政子 우리들이 여관에서 나올 때 눈을 동그랏케 뜨고 드러오든 것이 아마 형사가 안이얘요?

景三 그런지도 모르지요. 물논 여기에도 수배를 하고 잇는지도 모르지요.

政子 이 곳은 괜찬을가오.

景三 뭐 여긔까지야 안오겟지요.

政子 그래도 알 수 잇서요.

景三 정자씨는 만일 형사들에게 붓들이거든 그대로 순순히 댁으로 도라가시는 것이 엇더슴니가.

政子 실혀요. 그런 징글징글한 사내와 갓치 사는 것은 나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나요. 그리고 당신을 이곳에 혼자 남겨두고.

景三 괜찬슴니다. 나는 아모래도 고만이니가. 그러나 당초에 엇제서 그런 정신업는 생각을 내서 당신과 사랑하게 되엿는지 내 자신이 지금 생각하도 참 철 업는 짓이엿세요.

政子 여기까지 와서 경삼씨는 또 그런 말슴을 하세요. 둘이서 함께 자라는 동안 자연히 서로 사랑하게 되엿지요.

景三 안얘요. 나는 결단코 당신과 사랑을 할 의리가 못되지요. 내가 그 무시무시한 청인 곡예단의 손에서 도망질해서 안동현 거리를 울면서 도라단일 때 당신 아버님이 데려다가 지금까지 길너 주시지 안엇슴닛가. 말하자면 당신의 아버지는 내게 잇서서는 길너준 어버이지요. 그 은인의 딸에게 사랑을 하야 도망질까지 하다니 나는 대단히 철업는 짓이라고 생각함니다.

政子 은인의 딸이 부부가 되는 것이 도리혀 당연하지 안슴니가.

景三 안임니다. 그럿치 안슴니다. 이 세상에는 그런 아량을 가지고 잇는 사람이 흔치 안치요.

政子 아버지는 이럭저럭 양해가 되신 모양이나 어머니가 아모래도 당신과 결혼하는 것을 치욕으로 생각해요...

景三 그럿슴니다. 상당한 집안으로 누가 나와 갓흔 고아하고 결혼을 식이겟슴닛가.

政子 어머니는 참말 난 어머이가 안니에요. 그래서 리해라고는 업서요. 그런데 저 사내는 어머니와 척분이 되니까 나와 무리로라도 결혼을 식여서 집의 재산을 차지하려고 그래서 저렷케 나를 심히구러요. 아하(한숨을 쉰다.)그럿치만 이럿케 된 바에야 모든 것이 고만이에요. 여기서 두 사람이 함께 죽어버리면 모든 문제가 업서저요. 얼는 죽어서 저 세상에 게신 어머니나 맛낫스면.

景三 당신은 도라가신 어머니를 맛나고 십흐심니다. 나는 이 세상 어느 곳엔지 살어게실 아버지를 한 번이라도 맛나고 죽엇스면 조켓슴니다. 나를 세 살적에 안동현에서 일허버린 뒤에 얼마나 나를 차젓겟슴니가.

政子 (돌연히). 사람의 발자취 소리가 나요.

景三 무어-. 사람의 소리가...

政子 필경 형사에요. 형사가 쪼처온 것에요. 빨니 빨니 저쪽으로 다러납시다. 얼는요.

景三 무얼 그럿케 놀래심닛가? 왜 이례서요. 그 쪽은 절벽이에요. 그런데로 올나가면 위테함니다. 앗 떠러저요. -. 어이구. 정자씨가 바다에 떠러젓다.

(펑덩하는 물소래)

景三 -ㅅ 나도 나도 빨니 뛰 드러가자.

權僉知 어 어. 참으시요. 위테함니다.

景三 누구시오. 노아주세요. -잇 팔을 노세요. -ㅅ 노라고 하는데 노세요.

權僉知 위테함니다. 아아. 참으시요. 그런 끗헤서 몸부림을 하면 큰일 안이요. 참으라고 하는데.

景三 글셋. 제발 좀 노아주시요. 노아주시오.

權僉知 -. 좀 기달니라는데 이리로(팔을 잡어다인다) 좀 내려오시요.

景三 정사하는 사람임니다. 제발 좀 노아주시요. 두 사람을 함께 죽게 해 주시요. 소원임니다.

權僉知 . 진정하라니간. 모르시요. 목슴은 작란감이 안요...

景三 그러나 정자는 벌서 바다에 떠러젓는데 나만 남어서는 아-저것을 보시요. 정자의 몸은 저럿케 물결에 싸이워서...

아하 못 견듸겟네. 좀 노아주시요.

權僉知 어허. 정신을 차리시요. 정자씨라는 이는 벌서 저 세상으로 갓소이다. 이 절벽에서 떠러질 때 저승입니다. 지금까지 한 사람도 구해낸 일이 업소.

景三 그러나 정자씨 혼자 죽이는 것은 죄...

權僉知 둘이 다 죽으면 더욱 죄지요. . 어허. 마음을 진정하시고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으시요. 당신이 앗가 무어라고 말슴햇소. 아버지를 한 번이라도 만나고 십다고 말슴 안 햇소. 확실히.

景三 , , 말햇지요.

權僉知 그런데 웨 이 세상에 잇는 아버지를 맛나지 안코 물 속으로 뛰여들녀 하시요.

景三 그러나 나는 죽지 안으면 안이될 사정이 잇슴니다.

權僉知 까지 하면서 쑤리고 괴로운 생각으로 기달니고 잇는 사람도 잇소. 그것을 아시오.

景三 -. 무엇. 내 아들을 맛날려고 20년이나 거지 생활을 하...

權僉知 그 그럿소.

景三 그럼 그 사람이 지금 어 어듸 잇슴니가?

權僉知 이 세상에 지금 당신 눈압페...

景三 -. 내 눈 압페. 그리면 당신이 아버지...

權僉知 입때까지 이 세상에 살어 잇섯구나...

(단소 소리 파도 소래 얼마 잇다가 고요하게 .)

......

附記(1막 희곡은 원래 라듸오 드라마 대본으로 원문이 일본문으로 된 것인데 이에 번역을 하야 발표케 되엿다. 만일 원작의 묘미, 내지 효과에 잇서, 원문에서 된 곳이 잇다면 이는 혀 역자의 서트른 솜씨인 까닭일 것이다...一記者) <46>

<44-46>

 

 

 

잡지명 삼천리 제4권 제5

발행년월일 19320501

기사제목 꿈(1)

필자 金雲汀

기사형태 희곡·시나리오

 

 

[출처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http://db.histor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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