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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사람들의 생각

마지막 봄 - 숭의동 109번지에서의 맥수지탄 / 김 창수

by 형과니 2023. 7. 8.

마지막 봄 - 숭의동 109번지에서의 맥수지탄 / 김 창수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22-04-05 13:50:00


마지막 봄 - 숭의동 109번지에서의 맥수지탄  / 김 창수

 숭의동 109번지의 목련과 개나리 붉은 박태기나무 꽃이 유난히 탐스럽다. 마침내 전도관 일대의 재개발 공사가 시작되었다. 3년 뒤면 숭의동 109번지 일대 6만9,428㎡ 는 지하 3층~지상 29층 18개 동 1,705가구의 새 아파트 지구로 바뀐다. 이제 사연 많은 달동네, 숭의동 109번지, 전도관 일대도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이 일대는 한국 외교사의 첫페이지를 장식하는 주한미국공사 알렌의 별장이 있던 장소, 1897년 경인철도 기공식이 열렸던 우각리, 대표적 신흥종교 중의 하나였던 전도관 언덕이다. 무엇보다 숭의동 109번지에서 살았던 숱한 사람들의 삶의 흔적과 사연이며 추억이 가뭇없이 사라지게 된다.    


 철거 반대투쟁이 없다해서 모두 재개발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뉴스테이 사업은 수많은 한숨과 절망, 상처를 새집의 욕망으로 간신히 덮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상처가 큰가 희망이 더 큰가하는 비교는 부질없다. 장소를 없애는 것은 기억의 학살, 109번지의 당사자들에게는 연인과의 이별만큼 깊은 상처를 남기는 일일 것이다. 


 당장 얼마간의 보상금을 들고 어디론가 떠나야 할 사람들의 고통이 크다. 그들은 새로 지어질 아파트에 입주는 커녕 월세방도 얻기 힘들어 재개발에 내심 반대해온 사람들이다. 포크레인에 뿌리 뽑히는 꽃나무가 마지막 봄꽃을 피웠듯이 가난한 이웃들에게도 올봄은 109번지에서의 마지막 봄이다.  



 ㅡ철거가 진행되는 숭의동109번지, 전도관 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