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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철의 전망차

얼굴없는 천사

by 형과니 2023. 4. 11.

얼굴없는 천사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7-07-12 22:48:09


얼굴없는 천사


‘사람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너희 의를 행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을 은밀하게 하라’ 마태복음에 나오는 예수의 교훈이다.

루터도 ‘자선은 비밀리에 그리고 자랑함이 없이 해야 한다’고 했다. 비슷한 말을 한 사람은 또 있다. 하튼은 ‘널리 알려질 것을 바라고 하는 자선은 자선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같은 은밀하고 얼굴 없는 자선을 한 주인공들은 대개가 전설적인 인물들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어린이들을 찾아 다닌다는 산타클로스는 성경의 가르침을 실천한 자선가이다.

그는 원래 소아시아의 주교 니콜라스로서 남몰래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한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의적 로빈훗도 탐욕스런 귀족들의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백성을 은밀하게 도왔다.

이와 비슷한 얼굴없는 자선의 사례가 80년대 우리사회에 많이 있었다. 신원도 출처도 밝히지 않은 성금이 가난한 가정들에 전해졌던 것이다.

이름을 굳이 밝히지 않은 독지가가 가난한 중학생들의 등록금을 대납해 주고 도움이 된다면 그뿐이니 자신을 찾지 말라고 당부까지 했다. 추석을 앞두고 여러 극빈 가정에 쌀을 고루 나누어 주는 선행가도 있었다.

정확하게 1980년부터 10년을 넘게 그 주인공은 해마다 추석을 앞두고는 쌀 100포대를 북구청에 맡기면서 이웃에게 전해달라고 했다.처음에는 한 공직자 집으로 보내더니 부평4동 사무소를 통해서 하기도 했다.

당시로서 정부미 100포대 값이면 140만원-100가정에 고루 나누어 주어 송편이라도 빚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끝내 얼굴은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23일 주안6동사무소에 20㎏짜리 쌀 50포가 배달되었는데 가져온 사람은 간 곳 없고 사연을 적은 쪽지만 남겼을 뿐이라고 한다.‘작년에 보냈던 사람이 또 보냅니다’-감동한 동직원들이 추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번에는 전화로 제발 찾지 말아 달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작은 것을 베풀고는 떠벌려 자랑하는 풍조에도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자선-그래서 궁금증은 더하고 멀리 그리고 크게 전파되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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