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춤의 참 얼굴

탈춤의 참 얼굴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7-09-19 11: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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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춤의 참 얼굴


중세 유럽에 바보제라는 축제가 있었다. 이 축제에서 민중들은 절대 권력의 귀족과 지도층을 바보로 여기고 마음껏 조롱하고 비판했다. 평소 윗사람들에게 품었던 억압에 대한 울분이나 반항심을 폭발함으로써 해소시켰던 것이다. 이 기간 만큼은 그것이 가능했으며 아무 제재도 받지 않았다. 다만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바보스런 분장과 행동으로 어릿광대가 되어야 했다.


그런 만큼 지도층에게는 이 기간이 좋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금하지도 않았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유익했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 비판을 허용해 억압의 스트레스를 발산하게 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이라는 반사이익을 꾀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 바보제는 사육제와 연관된다. 사육제는 해마다 연초에 시작되어 고난주간까지 계속되는 축제이며, 고난주간이란 예수님이 당한 고난과 십자가의 죽음을 뜻한다. 고난에 동참해야 하는 주간에는 삼가야 함으로 기간이 닥치기 전 마음껏 먹고 마시면서 즐기자는 것이다. 그런데 기간 중 절정이 바보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산업화와 더불어 차츰 바보제도 상실되고 민중의 비판정신도 마비되었다. 그렇더라도 건전한 비판은 오늘날에도 필요하며 사회를 올바르게 바라보는 정신적 부활이 요구된다. 이같은 바보제의 정신을 살려 인천의 모 교회 청년회가 1981년부터 해마다 가을이면 바보제를 개최해 오고 있다.


동서양의 문화가 동일하다고 하듯 우리나라의 탈춤 또한 바보제와 뜻이 비슷하여 이를테면 탈속에서 진실을 말하는 행위이다. 우리나라의 탈춤은 대개가 자신들을 지배하는 양반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비록 탈로 얼굴을 가리고 있을망정 신랄하게 양반들을 모욕하고 고발했다. 양반들도 그것을 짐짓 모르는 체 했다.


인천은 실향한 ‘은율탈춤’이 정착함으로써 탈춤의 고장이 되었다. 기능인들이 인천에 거주하며 숭의동에 전수회관이 소재한다. 그 인천에서 15일부터 대한민국 탈춤제가 열린다. 얼굴을 숨기고 그들이 말할 진실은 무엇일까. 일찍이 하아비 콕스는 ‘민중의 종교’에서 “가면은 거짓된 모습이 아니다”라고 했다.

#탈춤 #은율탈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