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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철의 전망차

꽃게 만선

by 형과니 2023. 4. 16.

꽃게 만선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7-09-19 11:33:46

 

꽃게 만선

 

 

<노파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침침한 부엌속으로 들어간다. 수숫대로 엮은 울타리 밖에는 마늘과 파를 심었다. 북채만한 팟종에는 씨가 앉아 알록달록한 나비가 쌍쌍이 날아다닌다. “이거나 하나 맛보시유하는 소리가 등뒤에서 들렸다. 돌려다보니 노파는 손바닥만한 꽃게 하나를 들고 나왔다. 내 어찌 불쌍한 노파의 친절을 물리치랴. 나는 마당 구석에 가 쭈구리고 앉아서 짭짤한 게발을 맛있게 뜯었다.>

 

 

<“응아 응아어린애 우는 소리가 들렸다. ‘어린애가 우는구나. 그 늙은이의 손주가 우나보다나는 발을 멈추었다. 불현듯 그 어린애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한번 안아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 없어 발을 돌렸다. 토굴속 같은 방 속에서 어머니의 젖가슴에 달라붙어 젖을 빠는 것은 이 집의 옥동자였다. 그 침침한 흙방속이 어린애의 흰살빛으로 환하게 밝은듯. “나좀 안아봅시다나는 손을 내밀었다>

 

 

지금 고전처럼 되어 있는 상록수의 작가 심훈의 수필 ‘7월의 바다일부분이다. 충청도인듯 어느 섬에 갔다가 어부집을 방문, 꽃게 대접을 받고 훗날 다시 찾아가는 이야기를 소설처럼 담았다. 민족애를 생각케 하는 문인답게 글에서도 가난한 일가를 따뜻하게 품어 안으려는 심정이 묻어난다. 1년후 다시 찾아가 몰라보도록 큰 아이를 안으면서 어린 생명이 상록수 같이 장성할 것을 생각할 때 등뒤가 든든해짐을 느낀다고 끝을 맺고 있으니 말이다.

 

 

글이 길어졌지만 제목에서 밝히고 있듯 계절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씨가 앉은 팟종이라든가, 버드나무의 짙은 그늘밑이라든가 삶은 꽃게맛을 볼 수 있는 것 등 한여름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노인의 말이 아들은 중선으로 준치 잡으러 갔다고 한다.

 

 

그렇다. 해안의 꽃게철은 봄보다는 아무래도 여름이다. 예전의 이때쯤이면 게잡이를 나갔다가 만선하여 돌아오는 여름밤 인천항에는 게가 가득 담긴 가마니채 양륙했다. 인천 앞바다 덕적도까지 나갔다가 돌아오는 것이다.

 

 

그렇던 꽃게잡이가 흉어라서 서민들 맛보기조차 겁낼 형편이었는데 꽃게 만선이 보도되고 있다. 장에서도 쉽게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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