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피아노 도시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7-10-11 20:56:19
명품 피아노 도시
전쟁이 끝나지 않았던 50년대 색다른 도둑으로 인천의 교회들이 실소를 금치 못했었다. 피아노나 오르간을 통째로 가져가지 못하자 소리 내는 부분만 훔쳐가는 편법 때문이었다. 그들은 피아노의 해머를 꺾어가고 올갠의 피리를 뽑아갔다. 사정을 모르는 반주자가 건반을 두드리다 먹통에 기겁을 하고 그제야 도둑이 들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수리도 쉽지 않았다. 일제 피아노요, 한창 전쟁통에 어디서 해머를 사다 고치겠는가. 몇년을 지나서야 미군부대를 통해 일본에서 사올 수 있었다.
피아노는 해머로 쇠줄을 때려 소리를 내는 악기이다. 타악기의 대표적이라 할 만하다. 연주자가 건반을 두드리면 액션 부분의 몇단계를 거쳐 최종으로 해머가 현을 두드려 음을 내게 되어 있다. 해머는 부드러운 솜뭉치로 되어 있으며 음에 따라 크기와 무게가 각각이다. 저음의 큰것에서부터 고음으로 갈수록 해머는 작아진다. 피아노 도둑이 다시 있어서도 아니되겠지만 만일 지금과 같았다면 별일이 아니었겠다는 생각이다. 목재수입의 창구였던 인천은 한때 악기 특히 피아노 산업의 메카였다. 삼익과 영창악기로 인해서였다. 삼익은 1958년 작전동에 설립, 60년대부터 피아노를 생산한 이래 우리나라를 세계2위의 피아노 수출국으로 올려 놓는 한편 각종 품평회에서 입상한 바 있었다. 후발인 영창이 못지않게 뒤를 이었다.
그러나 어느때 부터인가 악기산업의 불황을 맞은 두업체는 부진에서 벗어나려 노력했음에도 부도를 맞아 회사가 정리되어 외국업체 등 새 주인에게 넘어가 오늘을 맞고 있다. 일찍이 우리 고장의 자랑이었던 두 업체인 만큼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날이 머지않을 것이라 기대한다.
지난주말 영창악기가 2014년의 아시안게임 유치를 축하하는 555판타스틱 피아노 페스티벌을 열었다. 피아노와 신시사이저 555대를 동시에 연주하는 세계 최대의 실내연주회였다고 한다. 지난 여름에는 국제악기전시회를 가진 바도 있다.
명품 피아노라면 인천을 연상할 만큼 피아노 산업이 육성되어야 한다. 말끝마다 강조하는 명품도시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