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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철의 전망차

병든 약수터

by 형과니 2023. 4. 17.

병든 약수터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7-10-23 01:29:46


병든 약수터


풀르타크 영웅전에서 샘물과 유방을 같은 이치로 풀이한다. 유방에 젖이 가득한 것이 아니라 아기가 물면 양분이 젖으로 변하여 나온다는 것이다. 이처럼 샘물도 지하의 수분과 공기가 물로 변하는 것이라고 한다. 과학적 이론과 부합하는지는 미루더라도 샘을 유방에 비유한 것이 재미 있다.


하긴 옛날 우리나라도 샘을 유방에 비겼었다. 샘터가 앉은 위치나 지형이 그렇다는 것이었다. 흔히 산의 생긴 형국이 용과 호랑이나 소가 누운 모습이라면서 산의 이름도 와룡산 와우산 우면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샘이 솟는 자리가 누워 있는 호랑이와 소의 가슴 부위에 위치한다고 여겼다. 따라서 물맛 좋은 샘을 일러 호랑이나 소의 젖줄이라고 했다.


그리고 샘물 중에는 특별히 장복하면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약수가 있었다. 약수터 샘물이 건강에 좋다거나 특히 소화기능을 촉진한다는 것은 샘물에 화학성분이 용해되어 있기 때문인데, 이런 약수터는 마을 뒷산이나 후미진 골짜기 어디에나 있었다. 이런 곳을 옛날 어른들은 지성으로 찾아다녔다. 지금도 도시주변에 새벽 산책길에 찾는 약수터라는 곳이 흔한데, 그것은 약수라기보다는 옹달샘이라고 해야 맞다. 그리고 찾는 시민이 많으니 번잡하고 오염된 곳들이다.


옛사람들은 약수터나 마을 샘물을 정히 여겼다. 정월이면 수신이 내려온다는 날을 잡아 물맛이 변하거나 수량이 줄지 않기를 비는 샘굿을 치렀다. 제수를 차리고 제관을 뽑아 치르는 제사였다. 이런 풍습은 샘을 생명수로 여기며 동신 처럼 신성시했기 때문이다. 오늘에 와서 미신이라며 타기할 것이 아니라 오염시키지 않고 정화하려는 노력이었다고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인천의 약수터 절반이 마실 수 없는 물로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같은 수치는 서울시와 경기도와 비교해서도 더 낮은 것이라고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 약수터의 수질을 놓고 어느 곳이 좋고 나쁨을 따질 형편이 못 된다. 거의가 이용자들의 손때에 더럽혀졌다. 그러니 약수터를 찾는 시민의 발길도 뜸하다.


약수가 아니라 병수가 된 약수터의 지속적인 관리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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