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예단포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1-16 11:07:33
포구는 아련한 기억을 부르고
<포구기행⑤ - 영종도 예단포>
대륙이 되어버린 그곳에 세월 품은 예단포.
섬이라기보다 커다란 땅뙈기로 변해버린 영종도. 섬을 사방으로 나누는 해발 256m 백운산(白雲山)을 중심으로 예단포는 산의 북쪽, 운북마을 쪽에 있다.
예단포 가는 길은 꼬불꼬불, 털털털… 옛 영종도의 운치를 한껏 느끼게 해준다. 포구는 제 모습을 보여 주기 앞서 자신의 체취를 먼저 바람결에 실어 보내줬다. 비릿한 향과 짭짤한 냄새가 풍겨져 왔다. 그리고 척후병 갈매기 한 마리까지 마중 나왔다.
오솔길을 지나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포구마을의 골목을 빠져 나오자 바다는 제 품을 활짝 열어 놓고 있었다. 바다가 그곳에 있었다. 새삼 ‘발견’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갯벌과 파도 그리고 고깃배를 품고 있는 바다가 그 섬 뒤편에 숨어 있었다.
지금은 쇠락한 포구에 불과하지만 예단포는 한때 영종도에서 가장 번잡하고 부유했던 마을이다. 조기 파시가 이곳에서 섰고 각종 어선들이 기항을 하면서 사람과 돈이 늘 넘쳐났다. 도시 골목처럼 집들이 빼곡해서 외지인들은 길을 잃기 십상이었다.
예단포(禮丹浦)라는 이름은 옛날 수산업이 성황을 이루던 시절에 효자가 많은 마을이라 하는 예대포(禮待浦)에서 유래했다고 한다.이곳 사람들은 그 바다를 간혹 ‘여단포’라고도 부른다. 구한말 병인양요 때 강화도로 향하던 프랑스군들이 이곳에 상륙해 여인들의 목을 쳤다는 소문에서 얻은 으스스한 이름이다.
예단포는 왼쪽에 신도, 오른쪽에 세어도 그리고 중앙에 강화도를 두고 있다. 얼마나 가까운지 마니산의 참성단이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수목원처럼 고요한 바다. 이곳에선 갈매기 울음조차 조용하다. 잔파도에 이리저리 쓸리며 고기를 낚는 쪽배들의 모습이 한폭의 동양화를 그려낸다.
한가롭게, 그것도 거의 혼자 독차지할 수 있는 바다가 이 바다 말고 또 있을까. 예단포는 그 바다를 찾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자신의 품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예단포 가는 길 _ 영종선착장에 내려 영종·용유출장소 쪽으로 향하면 용궁사 입구 부근에 <예단포> 이정표가 나온다. 금산초등학교를 지나 바다 쪽으로 달리면 포구가 나온다. 예단포에는 ‘바다가 보이는 집’ 등 몇 개의 횟집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