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평화지대를 가다-(24) 백령도 (3)
인천의관광/인천의섬
2008-12-03 10:55:28
“물범 보호, 어민 생계와 함께 모색해야”
서해 평화지대를 가다-(24) 백령도 (3)
‘서해의 마지막 황제.’ 이름뿐이다. 상생이 아닌 경쟁관계로 여전히 남아있다. 서해안의 깃대종 잔점박이물범은 천연기념물 331호, 멸종위기야생동물Ⅱ급이다. 이러한 잔점박이물범을 보호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백령도 어민들에겐 오히려 골칫거리의 대상이다. 천연기념물로만 지정해 놓았지 이렇다 할 보호법이나 어민 생계 대책은 없기 때문이다.
물범은 먹이를 섭식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바위에서 일광욕을 하는데 보낸다. 따라서 물범을 보호하기 위해선 휴식처인 바위와 함께 먹이 취식공간인 주변바다에 대한 보호 방안을 함께 강구해야 하지만 ‘바다’라는 같은 공간을 생활무대로 삼고 있는 지역 주민과의 마찰은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물범이 주민들의 통발과 어장을 망가뜨리는 등 어민 생활에 피해를 주고 있다. 물범의 보호를 위해선 어민들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오히려 갈등을 더 부추길 염려가 있다.
중국학자들에 따르면 잔점박이물범은 1940년대 8천마리에 육박하던 것이 1980년대 2천300마리, 지금은 1천여 마리의 개체수만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백령도를 서식지로 이용하는 개체수는 350~400여마리다. NLL지역인 백령도는 어민들의 어업활동 시간과 범위가 제한돼 물범이 집중 서식할 수 있는 이유기도하다.
우리나라에서 백령도 잔점박이물범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지난 2000년 3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불과 2년이다. 2000년 3월 18개체, 7월 307개체로 가장 많았고 2001년엔 12월에 6개체, 8월에 205개체였다. 백령도 물범바위에서 가장 많은 개체수가 발견됐고 이어 두무진, 연봉바위 순이었다. 인공위성 추적장치로 물범의 이동경로를 추적한 결과 봄, 여름, 가을을 백령도에서 지낸 물범은 중국 랴오뚱만의 번식지로 이동, 겨울을 지내고 다시 백령도로 돌아온다.<그림 참조>
멸종위기종인 잔점박이물범을 위협하는 요인은 어민들의 어업활동과 해산물 채취활동, 관광유람선 운항과 같은 인간의 간섭, 기후변화에 따른 서식처 감소와 해양오염과 물범의 천적에 의한 피해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중국 어민들의 불법밀렵과 급속한 산업개발에 따른 서식지 파괴, 서식지의 고립과 개체군의 감소에 따른 근친교배는 점박이물범을 멸종의 길로 몰아세우고 있다.
이 가운데 잔점박이물범을 가장 위협하는 것은 중국의 불법 포획이다. 중국의 불법 밀렵은 이미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물범의 이동경로가 장산곶을 포함하기 때문에 NLL을 따라 작업하는 중국 쌍끌이 어선들의 물범포획이 가장 큰 문제다.
중국 랴오닝성 정부는 지난 1983년 잔점박이물범에 대한 보호와 포획금지를 실시했다. 동물원 관상용 동물 보충을 위한 몇 마리의 포획만을 허가하고 전문포획 선박을 지정, 포획허가증을 발급했다. 중국정부는 창신따오를 포함한 2곳을 물범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국제적으로 해양환경 보호연구토론회 등을 열어 일련의 환경, 해양 보호, 잔점박이물범 보호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랴오뚱만에선 물법 포획은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을 설명한다. 불법포획의 심각성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어 중국 당국과의 국제적 협력체계 구축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잔점박이물범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선 백령도 주민의 어업실태, 점박이물범의 이동경로, 백령도의 월별 개체수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 개체분포, 이동양상, 행동특성 등의 조사가 필요하다.
백령도 물범바위와 연봉바위, 두무진의 생태·자원적 가치에 맞는 보호구역 지정과 함께 어민들의 생계도 보호할 수 있는 정책마련도 과제다. 이미 우리나라의 고리무늬물범과 띠무늬물범은 멸종됐고, 마지막 남아있는 기각류가 백령도 점박이물범이다.
잔점박이물범은 서해안을 둘러싼 남북한과 중국의 긴장관계를 완화할 생명과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다.글=박정환·조자영기자 hi21@i-today.co.kr 사진=안영우기자 dhsibo@i-today.co.kr
“인공어초로 먹이 유도… 어장 피해 줄여”
■ 백령도 주민 김진수씨
“잔점박이 물범과 어민들이 함께 살 길을 찾아야 합니다.” 백령도에서 서해민박을 운영하는 김진수(51)씨는 물범보호와 함께 어민 피해를 줄이는 방안으로 ‘인공어초’를 주장했다.
30여년 넘게 백령도에서 물범을 관찰한 그는 백령도 하늬바다 앞 물범바위에 인공어초를 넣어 물범들이 먹거리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물범들은 까나리 어망이나 노래미 통발을 찢어 어민들의 생활에 큰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물범이 천연기념물인 만큼 해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피해를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을 수도 없고…, 참 막막하지요. 물범 바위 주변에 인공어초를 넣으면 해초가 자라 자연스럽게 어류들이 몰려들고 물범들도 서식지에서 이탈하지 않고 바위 주변에서만 먹이 활동을 할 것입니다.” 인공어초에 물고기가 풍부해지면 어민들의 어장까지 가 피해를 줄 일이 없다는 내용이다.
또 하늬바다에 경사가 지게 끔 구배를 맞춰주면 밀물 때도 물범들이 올라가 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변에 망원경 몇 대만 설치해 관광객들이 언제나 물범들을 볼 수 있도록 해 관광상품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물범과 어민과의 상생할 수 있는 비법인 것이다.
32년 동안 물범과 동고동락하고 있는 김씨는 어느 누구보다 물범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가 물범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살 어느 날 바다낚시를 하던 중이었다. 팔뚝만한 노래미가 걸려들어 낚싯줄을 당기자 물범이 갑자기 배를 덮쳐 물고기만 먹고 달아난 것.
낚시하는 김씨를 자주 봐왔던 물범이 경계심을 풀고 그에게 먼저 다가온 것이었다.
그 후에도 그는 물범들에게 손으로 물고기를 건네주기도 하고 물속에 들어가 함께 수영도 하는 등 친구 같은 사이가 됐다. 그는 물범 머리의 점박이 무늬로 이 물범이 작년에 왔었는지, 안 왔었는지를 분간할 수 있을 정도다.
물범은 가족 형태로 대여섯 마리씩, 많으면 열 마리씩 이동하며, 한 가족무리가 바위에 올라가 있으면 다른 가족들이 올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또 하루 만에 북한 기린도와 전라도 군산을 오갈 정도로 활동 범위가 넓다.
그의 관찰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3월에 왔다가 여름을 지내고, 12월 쯤 발해만 등지로 돌아가 새끼를 낳고 다시 봄에 온다. 그러나 간혹 날씨가 춥지 않은 해엔 일 년 내내 백령도에 있으면서 새끼를 낳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발해만 쪽에서 성행하는 물범 불법 포획에 분노했다.
가죽과 고기가 연해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 새끼 물범을 잔인하게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해가 갈수록 점점 개체수가 줄고 있는 물범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관심속에 보호돼야 합니다. 전 세계에 얼마 안 되는 잔점박이물범이 백령도를 매년 찾아오는 만큼 인천이 앞장서서 나서야지요. 몇 년 안에 세계인들이 백령도를 주목할 그날을 위해 지금부터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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