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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의 미추홀

인간 아귀(餓鬼) 

by 형과니 2023. 5. 17.

인간 아귀(餓鬼)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12-03 11:11:34

 

인간 아귀(餓鬼) 

조우성의 미추홀

 

광복되던 해 105일 오후. 한민당은 다음과 같은 경고문을 경향 각지의 신문을 통해 공포(公布)한 바 있었다. "조선 내에서 일인이 소유하였던 여하한 재산도 사지 말라. 이것은 일인이 우리로부터 약탈해 갔던 적산(敵産)이다."

 

"중경의 우리 임시정부가 이미 발표한 바와 같이 일인 소유의 재산은 공사유(公私有)를 물론하고 전부 몰수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우리 조선의 이익을 방해하는 반역자로서 처단될 것이다."

그로부터 20여 일 후인 27일 아침, 일인 38백 여 명이 인천을 떠나기 시작했는데 그 가운데는 인천상공회소 이사 와따나베(渡邊政喜)와 잡화상으로 큰돈을 거머쥔 옥식(玉植)상점 주인 우에(宇惠吉藏)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국외로 반출할 수 있었던 개인 소지품은 무게 40Kg짜리 배낭 1개에 불과했고, 귀금속과 골동품 등은 일절 반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 푼이라도 더 가져가기 위해 일인들은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처치 곤란했던 게 땅이나 집, 공장 등 부동산이었는데 패전 이전에 조선인에게 판 것처럼 조작하거나 심지어는 조선인 심복에게 언젠가는 다시 올 터이니 당분간 맡아달라며 매매 형식으로 넘긴 사례도 비일비재였다고 한다.

 

임정의 경고문에는 콧방귀도 안 뀌었던 것이다. 그런 그들이 후에 '향토 기업의 창업주''지역 유지'로 번지르르하게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시대적 아이러니였는데 이번에는 또 필경 그 직계니 방계일 듯한 자들이 나라가 경황없는 틈을 타 환차익을 보겠다며 혈안중이라는 보도다. 고금에 못 말릴 인간 아귀(餓鬼)들이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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