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교의 아름다운 교훈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12-22 14:03:40
인천대교의 아름다운 교훈
한해를 마무리하는 인천시민들에게 인천대교 상판 연결은 특별한 감회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인천대교는 인천 앞바다를 가로질러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와 제2경인고속도로를 잇는 다리로,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과 송도국제도시를 연결할 예정이다.
인천대교는 왕복 6차로에 총길이 21.270㎞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다리이며, 800m에 이르는 주경간폭은 세계에서도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 주탑 높이는 국내 최고 높이인 63빌딩 보다 10m 낮은 230.5m이고, 선박이 주로 통항하게 될 교량과 수면의 높이는 74m에 달한다.
2009년 10월 개통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 중인 인천대교는 동북아중심국가로 성장해나갈 대한민국과 인천시를 세계에 널리 알릴 상징물이다. 이밖에도 인천대교는 지난 2005년 12월 영국의 건설전문지 「컨스트럭션 뉴스」에 '경이로운 세계 10대 건설'의 하나로 선정될 만큼 뛰어난 기술력과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각 구간마다 다양한 교량 형식을 접목시켰고,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을 도입해 공사기간을 대폭 단축시켰다. 진도7의 강진에도 버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초당 72m에 달하는 강풍에도 안전한 다리로 건설되고 있다.
또한 10만톤급 선박과의 충돌에 대비하는 교량 안전실험을 비롯해 교량으로는 세계 최대 재하하중인 3만톤을 견딜 수 있는 실험도 통과했다.
그러나 우리가 인천대교를 자랑스럽게 바라보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인천대교에는 인천시정부와 시민사회가 중앙정부를 상대로 함께 싸워 얻어낸 소중한 경험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지난 2004년 12월12일 건교부와 해양부는 무려 8개월여 동안 계속된, 당시 인천항 제2연륙교 주경간폭 안전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애초에 건교부는 주경간폭을 700m로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인천항을 이용하는 해운업체 모임인 인천항발전협의회와 인천항선주협회, 인천경실련, 새얼문화재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선박의 대형화 추세를 고려할 때, 인천대교의 주경간폭이 1,000m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반대했다. 교각 사이의 거리를 원 설계대로 700m로 할 경우 선박의 안전운항을 보장할 수 없으며 자칫 대형사고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최소 1,000m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건교부를 비롯한 중앙정부 담당부처 장관의 최종 승인까지 난 사안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중앙정부의 결정사항을 지방정부와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뒤집는 것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했다.
그러나 인천시민들은 피케팅이나 단식투쟁을 하는 대신 자발적으로 성금을 거둬 외국의 연구소에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등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건교부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새로운 대안운동을 추진했다. 실험결과 주경간폭이 700m였을 때, 두 대의 선박이 왕복 통항할 경우 충돌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중앙정부는 주경간폭을 100m 더 넓히는 데 합의했다.
불과 4년 전의 일이지만 우리는 이같은 인천시와 시민의 선택이 얼마나 올바른 것이었는지 최근 부산의 북항대교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2011년 공사가 완료되면 부산항의 한복판인 남구 감만동에서 영도구 청학동을 잇는 길이 3.331㎞, 왕복 4∼6차로의 해상교량으로 설계된 북항대교는 주경간폭이 540m, 수면위 교량 최대높이가 60m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이 정도 규모로는 최근 주종을 이루는 1만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은 물론 8천TEU급 선박의 통항도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이를 두고 국내외 전문가들은 인천대교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탓에 부산항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대형크루즈선의 통항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아 지적하고 있다.
최근 인천시정부는 배다리 관통도로문제를 비롯해 여러 방면에서 결자해지의 용기를 보이지 못해 시민사회의 외면을 당하고 있다.
인천시정부와 시민사회의 단합된 힘이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는 인천대교의 아름다운 교훈을 잊지 말기 바란다.
/전성원 계간 '황해문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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