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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염전이야기

최병관의 추억속의 염전-2. `인천짠물' 훈련병의 용기

by 형과니 2023. 3. 13.

최병관의 추억속의 염전-2. `인천짠물' 훈련병의 용기

인천의문화/최병관의 추억의 염전

 

2007-01-25 01:20:11

 

최병관의 추억속의 염전-2. `인천짠물' 훈련병의 용기

 

 훈련병들은 정해진 시간 내에 머리를 빡빡 깍아야 했기 때문에 그 광경은 요지경이었다. 머리 깍는 기계는 이빨이 듬성듬성 빠져있는 엿장수에게나 줄 녹슨 고물이었다. 아프다거나 잘 좀 깍아!” 라고 하면, 그 무서운 조교가 언제 달려왔는지 인천 짠물 대가리 박는다. 복창 실시!” 조교의 호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맨땅에 머리를 곤두박아야 하니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인천에서 태어 난 것을 후회하는 장병들이 있었을까.

 

  필자는 다행히 머리를 빡빡 깍고 입소를 한 탓에 이발사로 뽑혔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용기를 내어 조교에게, “훈련병 최병관은 이발사로 일해 본 경험이 없습니다!”라고 목청이 터질 만큼 큰소리로 외쳤다. “야 임마! 애 떨어지겠다. ‘짠물!’ 군대에서 까라면 까지, 말이 많다. 대가리 박어 실시!”

 

 그 이후로 필자는 무슨 일이건 조교가 시키면 생소한 것이라도 무조건 할줄 안다고 했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아도, 시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꼭 해내고야 말았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라는 말이 군대에서 생겨 난 것 같았다. ‘남자는 군복무를 마쳐야 사내구실을 한다.’ 는 말이 떠올라, 샌님 같던 내게 불같은 용기가 치밀었다.

<계속>

 

 

3.`왜곡된 편견'에 기합 수차례

 

 내무반 관물정리가 어느정도 마무리가 될 무렵 숨 돌릴 틈도 없이, 하사 한 명이 내무반에 들어오더니 앉아, 일어서를 반복시켰다. “야 이 짠물들 보아라, 어디 한 번 해보자. 꿀어박어 실시!”

 

 식당에서나 훈련장이나 어딜 가나 귀신처럼 인천 짠물이 붙어 다녔다. 그래서 필자는 인천 짠물하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부터 기합이구나 생각을 했기 때문에 남보다 더 열심히 청소도 하고 스스로 할 일을 찾아했다. 그래서인지 기간부대로 배치를 받았을 때와 월남전에 참전을 해서도 짠물 소리를 덜 들었을 뿐만 아니라 모진 기합을 덜 받을 수가 있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혹한의 겨울날 페치카(나무·연탄 난로) 당번을 하게 되었다. 전우들이 모두 잠든 깊은 밤 난롯가에 앉아 애절한 고향 생각과 특히 군대에서 불려지는 짠물의 의미를 여러 가지로 생각해보았다.

 

그 의미는, 인천 사람들은 인색하고 요령만 피우며, 남을 잘 이용한다는 뜻이 담겨있다는 터무니없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는 생각에 분한 마음이 부글부글 끌어 올랐다. 그런저런 생각에 깜박 졸다가 그만 난롯불을 꺼트리고 말았다. 하필이면 악명 높은 일직사관에게 발각돼서 새벽 4시에 내무반 전원이 기상, 눈 위 포복을 해야 하는 사건이 터진 것이다. 모든 것이 다 내 잘못이니 어떤 처벌이라도 받겠다고 했지만, '짠물 들 은 별수 없다고 하면서 외출·외박 세달간 금지령을 내렸다.<계속>

 

 

염부들의 땅방울로 만든 보석같이 하얀소금

 

4.소금

 

바닷물이 밀려오는 사리 때면 저수지에 바닷물을 가득 채운다. 염전에서 소금을 만들기 위해서다. 저수지에는 가무락, 동죽 망둥어, 뱀장어, 숭어가 부지기수로 많았다. 여름방학이면 저수지 둑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쑥을 뜯어서 콧구멍을 막은 후 물속에 거꾸로 서서 쉽게 조개를 잡았다.

 

도시 아이들은 요령이 없기 때문에 물장구만 치다가는 물만 잔득 먹고 헛고생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낄낄거리며 재미있어 했다. 촌놈이라고 깔보던 도시아이들은 것만 반드르르 했지 조개 잡는 솜씨는 형편이 없었다. 바닷물은 소금기가 있어서 민물 보다 신체가 둥둥 잘 뜨기 때문에 잠수하는데 요령이 필요 했다. 두 눈을 감고 물 속에서 진흙을 휘저으며 조개를 잡아내는 실력은 제주도 해녀를 뺨 칠만큼 대단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오직 가난이 물려준 지식이었다.

 

짧은 대나무로 엉성하게 만든 낚싯대를 양손에 쥐고 물에 담그기만 하면 미련하기로는 으뜸인 망둥어가 쉼 없이 물려나왔다. 염전 바닥에 저수지물을 퍼 올리는 날이면 바닥이 드러나게 된다.

 

그때가 되면 호미로 흙을 파서 가무락 조개를 한 자루 씩 쉽게 잡을 수 있었으니 그 시절이 그리울 수밖에 없다.

이글이글 불타는 태양은 염전의 바닷물을 서서히 증발 시킨다. 저수지에서 퍼 올린 염밭에 바닷물의 염도는 점점 높아져 결국 소금창고 앞까지 흘러 와서는 하얀 소금이 되어 산더미처럼 쌓이게 된다.

 

태양, 바닷물, 염부의 땀방울이 하나 되어 육각의 소금을 만들어낸다. 바닷물은 서해의 험한 파도를 헤치고 몰려와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결정체가 되는 것이다.

 

염부들이 바닷물을 가지고 능수능란하게 보석 같은 하얀 소금을 만들어내는 것을 바라보면서 모두 요술쟁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4.5.2

 

소금은 인류가 탄생하면서부터 꼭 필요하면서 귀한 물질로 취급되어 왔다. 소금을 적당히 사용하면 약이 되는 것이고, 과하게 사용하면 독이 되는 것이다.

 

소금에 얽힌 재미있는 얘기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상점에 들어가 흥정만 하고 물건을 사지 않고 나오면 주인은 소금을 뿌린다.

 

특히 주점이나 색시 집들은 첫 손님이 들어왔다 되돌아가면 손님이 뒤돌아서자마자 등 뒤로 왕소금을 뿌리며 중얼거린다. 재수 없는 잡귀로 취급을 해서 잡귀를 쫒아내 장사가 잘되길 바라는 행위다. 소금세례를 맞지 않으려면 내 돈 내고 물건 사는 일도 오전에는 조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흔히 남에게 인색한 사람을 짠물이라고 불렀다. 소금의 고장 인천사람들이 군대만 가면 짠물 취급을 받아 온갖 수모를 겪어야 했으니, 제대할 때까지는 인천에서 태어난 원망의 소리를 군복의 이름표처럼 달고 다녔다. 유대인들은 우정이나 충성을 맹세할 때 소금 앞에서 한다. 영원히 변하지 말라는 뜻이다. 소금은 물에 녹아도 다시 증발되어 소금이 되는 것이다. 그만큼 소금과 인간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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