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 들고 별 따러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9-08-17 22:15:58
장대 들고 별 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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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자매와 남자 동생 하나. 이렇게 여덟 남매가 놀고 있었단다. 그런데 갑자기 남자 아이가 벙어리가 되었단다. 그러더니 손가락은 짐승 발이 되고 온몸에 털이 났더란다. 남자 아이는 없어지고 곰 한 마리가 되었던거야. 자매들은 질겁을 해서 달아났지. 곰은 따라가고 자매들은 큰 나무 위로 올라갔더란다. 그러자 나무는 하늘로 자라기 시작했더란다. 그렇게 해서 일곱 자매는 하늘나라로 올라갔고 북두칠성 일곱별이 되었지. -아메리카 인디안 키오와족에게 내려오는 북두칠성에 관한 전설이다.
지금 도시 밤하늘에서 별보기가 힘들지만 예전 북녘 하늘에 늘어선 일곱개의 별이 완연했었다. 이것을 두고 우리는 국자라고 했는데 같은 모양을 두고도 각 민족들은 다르게 보았었다. 아메리카 인디안들도 북두칠성을 큰국자라고 했는데 프랑스인들은 자루남비라고 했다. 똑같은 일곱개의 별을 영국에서는 쟁기로 보았다. 중세 유럽에서는 ‘찰스의 마차’로 불렀으며, 중국에서는 고관이 구름을 타고 앉아 있으며 그 앞에 시종들이 늘어서 있다고 했다.
옛날 사람들은 여름밤이면 모깃불을 피어놓고 별들을 올려다 보았다. 서양사람들도 그랬다. 밤하늘은 퍽 흥미로웠다. 거기엔 여러 가지 도형이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작은곰처럼 보이는 우리의 북두칠성인가 하면 큰곰도 있고 까마귀가 있고 독수리도 있었다. 사자도 전갈도 거문고도 있었다. 그것은 서양인들에게요 우리에게는 ‘나무꾼과 선녀’의 견우와 직녀성이 있었다. 이것이 별자리요 우리를 한없는 환상의 나래를 펴고 날아가게 했다.
이런 것을 오늘날 과학의 눈으로 측정하면 무미건조하고 삭막해진다. 그곳까지의 거리가 몇 광년이요 우주선을 타고 가면 몇 백년이 걸리며 별의 크기가 얼마라거니 하면 재미가 없고 전설도 동화도 나오지 않으며 시도 노래도 읊어지지 않는다. ‘장대 들고 별 따러’ 갈 수도 없다.
여름방학 중 인항고등학교 천문대의 천문관측 어린이캠프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어린이의 과학교육은 중요하다. 그와 함께 별자리 전설 책읽기는 어떨까. - “내게는 별이 천문학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시인 이상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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