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샛골길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9-09-05 10:06:06
걷고 싶은 샛골길
도원역에서 내려 샛골길로 해서 송림동 로터리까지 걸었다. 오래간만인데도 낯설지가 않았다. 이집은 시청 A국장댁이요 저집은 B경찰서장댁이었는데 퇴락했을 뿐 위치는 그대로였다. 모퉁이 쌀집도 그대로요 담배가게도 세탁소 자리도 그대로였다. 로터리쪽으로 내려가면서 조금은 번화했다. 제법 번듯한 음식점들이 들어선 것이 달라졌다면 달라진 모습일까. 그러나 눈에 띄게 복덕방들이 보이고 ‘주택개발정비사업환영’이라는 색바랜 플래카드가 나부끼는 것을 보면 이곳에도 재개발 바람이 부는 듯했다.
이곳이 이른바 샛골이다. 속칭 전도관 언덕에서 가파르게 흘러내리면서 형성된 골짜기 동네이다. 일제강점기 그들의 배밭 과수원이던 지대를 1941년 송림지역 구획정리사업으로 조성한 주거지역이었다. 여기서 깎아낸 토사로 송림로터리 일대의 습지가 매립되고 그 자리에 지금의 송림시장이 들어앉았다.
공사가 한창이던 무렵 지금의 도로에 작은 레일이 놓이고 ‘도롯고’가 흙을 날랐다. 지금은 덤프트럭이 편리하게 대신하지만 예전에는 도롯고가 운반했다. 도롯고란 일본인들이 트럭을 그렇게 발음했는데 무개차에 사각의 판자를 얹고 흙을 담아 손으로 밀어 레일 위를 오갔다. 지난날 주안과 남동 염전에서도 볼 수 있었다. 그때 경사가 있었으므로 속력이 붙어 위험한데도 동네 어린것들이 매달렸었다.
이렇게 해서 조성된 곳이 오늘의 샛골이다. 샛골이란 이름은 송림동 바깥쪽에 새로 생긴 동네라 해서 그렇게 불렸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샛골에는 이를테면 오늘날 새로운 개발지역이어서 기와집 동네가 형성되고 송림3동이라 해서 1960년대까지만 해도 부유층이 살았다.
인천시 동구가 벌이는 ‘걷고 싶은 가로환경 조성사업’에 도원역에서 송림로터리까지 750m 구간이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 길이 바로 예전의 도롯고가 달리던 샛골길이다. 이를 위해 동구는 우선 경관 있는 가로등을 설치한다고 한다. 가로등이나 바꾼다고 걷고 싶은 도로가 될까. 그것 없이도 예전엔 비오는 날이면 아베크족들이 우산을 받쳐들고 걷던 길이다. 보도블럭도 바꾸고 조경수도 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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