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광철의 전망차

굴업의 노래

by 형과니 2023. 6. 3.

굴업의 노래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9-09-22 02:34:58

 

굴업의 노래


<황해의 푸른 바다 굴업도 업고/덕물산 연평산 정기 받들어/산기슭 아담한 삶의 배움터/몸과 마음 갈고 닦아 뻗어갈 우리/배우자 힘차게 굴업의 건아/우리들도 자란다 대한의 길로//늘푸른 넓은 바다 굴업도 안고/포근히 감싸준 맑은 물결에/앞마을 뒷마을 고운 모래밭/낟알모래 쓸어모아 모래밭 되듯/배우자 힘차게 파도를 타고/굴업건아 나아간다 대한의 길로>

오래 전 폐교된 서포국민학교 굴업분교의 교가이다. 20명도 안 되는 전교생들이 좁은 교정이나 모래밭에서 목청껏 불렀었다. 노래 중 덕물산과 연평산은 굴업도에 소재한 고만고만한 산이며 연평산은 연평도 방향으로 조기잡이 어장을 가리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렇듯 원래 굴업도는 계절 따라 파시가 열릴 만큼 풍성한 어장이었다. 특히 민어가 많이 잡혀 수백척씩 고깃배가 몰려 들었었다.

굴업도는 덕적군도에 속하는 1,71㎢ 면적의 작은 섬이다. 동경 126도선 밖에 위치하니까 인천에서 가장 먼 섬중의 하나이다. 인천항에서 거리가 서남쪽으로 82㎞이다. 그렇더라도 이 섬에 인적은 일찍부터 있은 듯하다. 신석기시대 패총에서 돌도끼와 토기 파편이 출토된 일이 있었으니 말이다.

굴업도(屈業島)라는 이름은 오래 전 경작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이곳에 처음 정착한 사람들이 척박한 땅을 일구고 농사를 했기 때문에 ‘주업이 땅을 파는 일’이라 해서 굴업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딘지 억지가 보인다. 땅을 일구는 일이 어디 굴업도 뿐이었겠는가. 그런가 하면 섬 모양이 사람이 구부리고 엎드려 땅을 파는 형국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굴업’이 ‘구부리다’가 변한 것이라고 한다. 아무튼 섬이면서 어업이 주업이 아니라 농업을 위주로 했음은 특이하다고 할 만하다.

그 같은 작은 섬 굴업이 조용할 틈이 없었다. 지난 1990년대 초 원자력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선다고 해서 덕적도 주민들을 섬뜩하게 하더니 간간이 위락단지 유치설로 자연훼손이 거론되기도 했었다. 내셔널트러스트의 ‘꼭 지켜야 할 자연유산’에 굴업도가 선정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오광철의 전망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제의 유배지  (0) 2023.06.03
햇살 가득 고추말리기  (0) 2023.06.03
공존을 위한 전시회  (0) 2023.06.02
걷고 싶은 샛골길  (0) 2023.06.02
장대 들고 별 따러  (0) 2023.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