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굴업도 에코투어 (Eco tour)
인천의관광/인천의섬
2009-09-22 02:44:05
‘거대한 생태寶庫’ 참모습이 보인다
(33) 굴업도 에코투어 (Eco tour)
최근 환경피해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가족 또는 소모임 단위로 자연을 관찰하고 이해하며 즐기는 이른바 생태관광이 중요시되고 있다. 에코투어리즘(Ecotourism)! 말 그대로 환경 피해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즐기는 여행방식이나 문화를 의미한다. 나만 즐거우면 그만인 소비적이고 환경 파괴적인 여행 대신에 환경과 사회를 배려해 관광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자는 ‘책임 여행’인 것이다.
예를 들어 현지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식당을 찾거나 여행지의 문화와 생태 환경을 존중하고 직접 체험해보는 체험여행 역시 친환경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지리교사들의 답사모임인 ‘터사랑’ 일행은 기후지형학을 전공하는 이상영 교수님과 함께 지난 8월 중순 2박3일 일정으로 독특한 지형경관과 다양한 생태환경을 견학할 수 있는 굴업도를 이러한 마음과 여유를 갖고 방문했다.
굴업도는 큰마을해수욕장과 마을이 위치하고 있는 본섬과 연평산과 덕물산이 있는 동섬인 두 섬으로 이뤄져 있다.
두 섬은 해안가에 계속 공급돼 퇴적되는 모래에 의해 연결돼 있다. 지형학에서는 이를 육계사빈 또는 연육사빈이라고 한다.
평상시에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간조 시에 조수가 빠지면 섬과 육지가 연결되는 육계사주는 우리나라에도 여러 곳이 있으나 섬과 섬을 연결해 평상시에도 계속 노출돼 있는 육계사빈은 이곳이 유일한 곳이다.
# 목기미 해안의 사빈(沙濱)과 풍성사구(風成砂丘)
목기미 해안에 다다르자 해안가에 퇴적된 사빈과 배후지에 있는 사구의 형태와 규모를 보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 많은 모래가 어디로부터 왔을까? 인간의 간섭에 의해 도로나 각종 구조물에 둘러싸인 영종도의 을왕리나 왕산해수욕장 모래와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해수욕을 즐기는 공간인 사빈(沙濱)은 바닷물의 영향을 받는 곳. 즉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을 말한다. 그리고 사빈의 배후에는 모래언덕인 사구(砂丘)가 발달한다. 사구에는 소나무 등의 식물 군락이 자리잡고 있어 강한 해풍을 막아주고 시원한 그늘막을 제공한다. 이처럼 사구에 식생이 들어선다는 것은 보통 사구의 활동이 중지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사구에 나무가 들어선다라는 것은 사구의 육화, 곧 취락이 입지할 수 있는 상태라고 흔히들 이야기하지만 이곳 목기미해안의 사구에서는 그러한 일반적인 법칙이 적용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목기미해수욕장의 사구. 산지 능선부 정상까지 사구가 형성돼 있다. 불과 20년 전만해도 이곳 사구 10m 지대에는 피나무 군락이 자리잡고 있었으나 계속되는 해안의 왕성한 모래 공급과 바람에 의해 사구가 확장돼 이 식생을 덮어 버렸다고 한다. 이러한 산과 같은 사구를 만드는 데에는 파랑, 바람 등 여러 가지 기후 요소가 영향을 끼쳤지만 특히 바람이 탁월해 사빈의 모래를 날려 배후지에 거대한 사구지형을 만들었다. 지형학에서는 이를 풍성사구라고 한다.
일반적인 사구는 파랑에너지에 의해서도 사빈의 배후에 모래를 퇴적시켜 사구를 활성화시키지만 이곳 목기미 해안의 산지 사구는 규모로 보았을 때 파랑에너지에 의해서는 사구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엄청난 사빈의 모래가 바람에 의해 날려 퇴적된 것이 주된 이유다. 그런데 바람에 의해 사구가 계속 확장되는 이러한 모습이 일반인들은 사구가 풍식(blow out)에 의해 망가진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잘못된 인식이다. 오히려 계속되는 모래공급에 의해서 식생이 묻힐 정도로 사구가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성장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맞다.
굴업도 해안의 엄청난 모래 공급처가 어디인지 나의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아 어지러울 무렵 옆 동료 선생님이 나의 궁금증을 교수님께 질문했다. 한강에서 공급된 엄청난 양의 모래가 이곳 굴업도 옆의 바닷강(단층대)을 통과하면서 주변 지역에 살짝 흘려주는 모래가 전체의 약 60%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고 한다. 나머지는 덕적도와 인근 섬에서 공급된다.
# 연평산 ‘빨간모래해변’과 사구습지 목기미연못
오후에는 연평산 헤드랜드 북 측에 발달한 ‘빨간 모래해변’을 찾았다. 오전의 목기미해안에서 보았던 모래와는 전혀 다른 붉은 색을 띠고 있었다. 3면이 막혀있고 바다 쪽 입구가 좁은 지형이면서 입구의 바깥쪽은 깊은 수심과 강한 해류가 옆으로 흐르고 있어 파랑에 의한 모래 공급이 어려운 지형 조건이었다. 또 기반암이 적색 세일과 철분 함량이 많은 포획암(Xenolith)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붉은 모래가 형성될 수 있었고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바깥 바다로 모래가 유출되지 않고 이곳 해안에 쌓일 수 있었다.
이곳 사구에는 여름철에 많은 비가 내릴 때만 일시적으로 물이 고이는 사구습지가 있다. 담수어와 수서곤충이 서식하는 사구 습지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며 전국에서 민물고기와 잠자리 애벌레 같은 물속 곤충, 딱정벌레류 50여 종 등이 물이 없을 때는 모래 속에서 버틴다. 답사 일행은 습지 바닥에서 미꾸리 한 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고립된 지역에 먹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곳 미꾸리는 살아 있는 물방개나 도룡뇽 뿐 아니라 동족인 약한 미꾸리도 잡아 먹는다고 한다.
#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이 공존하는 굴업도
굴업도 동편의 인근 해저에는 활성단층계곡이 지나고 있어 수심이 깊고 조류의 흐름이 매우 강하다. 만약 양수기로 바닷물을 다 퍼낼 수 있다면 땅이 갈라져 있는 거대한 계곡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해저지형의 특수성으로 이곳을 통과하는 밀물과 썰물에 의한 바닷물의 열수지 변화가 역동적으로 일어나 하루에도 몇 번씩 잦은 안개가 발생하고 국지적인 기상의 변화가 심하다.
특히 해안가의 화성암 관입 지역은 차별침식이 진행돼 작은 곡을 이루고 있는 지형과 산지 계곡 지역은 찬공기 호수가 형성돼 섬 주변 구릉지 보다 국지적으로 현저하게 기온이 낮다. 또 해안지역에는 일사량이 많은 낮과 썰물 시간에는 고온다습하고, 해가 진 다음과 밀물 시간에는 대체로 한랭다습한 기상 변화를 나타낸다. 이러한 찬공기 호수 지역의 식물상을 살펴보면 아열대식물과 아한대식물이 섞여 있는 특징을 보인다. 그 예로 한랭다습한 해발고도 1천m 이상의 내륙 산지에서 서식하는 참나물과 고온다습한 지역에 잘 자라는 큰천남성이 해안 계곡 대부분 지역에서 함께 군락을 이루며 서식하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내내 말복인 무더위에 하루 종일 몸은 지치고 힘들었다. 그러나 인천의 끝자락인 굴업도 구석구석을 발로 뛰며 답사를 무사히 마쳤다는 뿌듯함에, 지고 있는 저 태양이 여간 아름다울 수 없었다. 15명의 팀원들이 물통 하나만 들고, 없어진 길을 찾으며 굴업도의 독특한 지형경관과 다양한 생태환경을 직접 체험해보는 생태관광을 했기에 다음에 찾아올 후손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자연과 인간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인간이 있는 한 굴업도는 원래 그대로 거기에 있을 듯 싶다. 조철민·대헌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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