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
인천의관광/인천의섬
2010-03-06 12:43:50
장산곶 닭소리 흘러오는, 가깝고도 먼 천연섬
56.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
우리나라의 숱한 섬 가운데 백령도 만큼 가깝고도 먼 곳은 없다.가장 가까운 육지(황해도 장연군)와의 거리가 17km에 불과한데도 이 섬까지 가는 뱃길은 무려 228km에 이른다. 시속 40노트의 쾌속선으로 달려도 4시간30분이나 걸리는 뱃길이니 울릉도나 제주도보다도 훨씬 더 먼 셈이다.
백령도에서는 ‘장산곶의 닭 우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려온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장연 땅이 손에 잡힐듯 지척이나 사람들의 왕래가 끊긴지 어느 덧 65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 섬을 돌아다니다 보면 발길 닿는 곳곳에서 분단의 아픈 현실을 온 몸으로 실감할 수 있다. (백령도의 대표적 명소인 두무진. 수 억년 동안의 파도와 매서운 북서풍에 의해 깎여진 기암괴석들이 마치 장군들이 회의를 하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쾌속선 취항 전까지만 해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 했던 곳, 그래서 천혜의 비경이 잘 보전돼 있고 북한과 가까워 색다른 분위기와 긴장감을 안고 있는 이색지대다. 이러한 특성상 인구 구성에 있어서도 현지 주민보다 군인이 더 많은 섬이다. 서해 5도(백령, 대청, 소청, 연평, 우도)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해 서울, 인천보다 평양에 더 가까운 ‘적진 속의 기지’로 동네 뒷산에만 올라도 북한 땅이 손에 잡힐 듯 다가서는 곳이다. 이런 백령도를 주로 해병 여단이 지키고 있으며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붉은 표지판들이 ‘해병대의 섬’, 해병대의 전초기지임을 잘 드러내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중국 대륙으로 통하는 길목이고 러·일전쟁 당시에는 일본의 병참기지로서 대륙 침략의 발판을 제공한 전략적 요충지였으며 우리나라에 최초로 기독교가 상륙해 전도를 시작한 섬이다. 따라서 주민의 80%가 기독교 신자이며 중화동교회는 세운지 114년이 되는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교회이기도 하다.
접전지역이라는 특수 상황은 백령도가 청정해역의 섬인데도 어민의 수가 전체 주민의 9%쯤에 불과하고 농민의 수는 약 47%나 된다는 점이다. 이는 토질이 매우 비옥하고 간척지가 많은 덕택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큰 요인은 어로 수역과 어로 시간의 제한 등 어로 환경이 매우 열악해 고기잡이보다는 농사짓는 게 훨씬 더 낫기 때문이다.
백령도 근해는 청정해역이라 어느 곳보다도 깨끗하고 맛 좋은 해산물이 많이 난다. 주로 까나리 광어 우럭 전복 소라 해삼 등이 많이 잡히는데 특히 까나리가 유명하다.
서해의 해금강 - 두무진
해금강 총석정을 빼어닮은 두무진(頭武津, 명승 8호)은 백령도의 북서쪽 끄트머리에 자리하며 서해를 향해 두 팔을 벌린듯한 모습의 아늑한 포구와 주변 약 4km 거리에 걸쳐 기암절벽이 발달해 있는 지대를 지칭한다.
수 억년 동안의 파도와 매서운 북서풍에 의해 깍여진 기암괴석들이 마치 장군들이 회의를 하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백령도는 그 기반을 이루고 있는 경기편마암 복합체의 규암으로 인해 단애로 구성된 암석해안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두무진 일대의 지질은 원생대 상원계에 속하는 세립질 규암으로 구성돼 있고 대체로 백색 또는 담회색을 띠고 있으며 남한에는 분포돼 있지 않아 학술적인 가치도 매우 크다. 규암들은 해식작용에 의해 100여m 높이의 해안절벽 또는 바위기둥을 이루고 다양한 형태의 기암절벽과 괴석(sea stack)으로 다듬어져 비경을 이루고 있다.
선대암에서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4km 지점에 이르는 사이에 발달된 해식대, 파식대, 시스택, 해식동, 바다아치 등은 절경을 이루며 저마다 갖가지 형상으로 탈바꿈해 선대바위·촛대바위·병풍바위·형제바위·장군바위·코끼리바위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운이 좋은 날은 코끼리바위를 지날 때 점박이물범(천연기념물 331호)이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유람선을 타지 않고 통일기원비가 있는 언덕이나 해변으로 내려가면 선대암·촛대바위·형제바위 등 두무진의 절경이 모아져 있는 곳을 감상하고 촬영할 수 있다. 이곳에서 사색을 하거나 낚시를 하며 하루 해를 보내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백령도의 관문 용기포구 뒷산(소용기원산) 남쪽 해안과 대용기원산(136m) 해안에도 기이하게 생긴 바위들이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하고 있다.
400여년 전 이대기는 ‘백령도지(白翎島誌)’에서 ‘돌칼이 천길 높이로 꽂혀 있으며… 밀물 썰물에 항상 갈린 흰 돌은 마치 구슬같이 아름답다. … 노련한 신의 손재주로 희롱한 한 토막 기괴한 극치가 자연 그대로 감춤이 없이 감탄할 만한 곳이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차타고 달려보는 천연비행장 - 사곶해수욕장
백령도 동남쪽 용기포구와 맞닿아 있는 사곶해수욕장(천연기념물 제391호)은 주로 규조와 석영으로 구성된 모래가 펼쳐진 길이 3km, 폭 300m(썰물시)의 해수욕장이다.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함께 전 세계를 통틀어 두 군데밖에 없다는 천연비행장이기도 하다.
경사가 매우 완만한 백사장이 3km나 이어지고 수심도 낮아 해수욕장으로 적합하며 규조류의 껍데기가 쌓여서 형성된 규조 모래밭이라 물이 빠지면 콘크리트 바닥처럼 단단해진다. 그래서 자동차 도로로 활용될 뿐 아니라 비상시에는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비상활주로 구실을 해 1976년까지는 미군 수송기가 뜨고 내리기도 했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과 빼어난 경관을 보여주는 사곶해수욕장은 경사가 완만해 어린아이들도 안전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고, 사구에는 병풍처럼 송림이 둘러싸고 있어 찾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해변 남쪽으로 농지 330만㎡(100만 평)을 만들기 위해 820m의 백령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조류가 바뀌기 시작, 모래밭이 훼손되고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옥빛 바닷물과 해조음이 감미로운 콩돌해안
백령도 남쪽 남포리에 위치한 해변은 바닷가에 깔린 갯돌의 크기와 색깔이 누런 콩과 흡사해서 붙여진 일명 콩돌해안(천연기념물 제392호)이다. 우리나라 다른 어떤 지역에서도 보기 드문 둥글고 작은 자갈들이 해안을 덮고 있는데 길이 1km, 폭 100m 정도로 형성돼 있다. 둥근 자갈들이 콩처럼 작은 모양을 하고 있어 ‘콩돌’이라 불리는데 색상이 백색, 회색, 청회색, 갈색, 적갈색 등으로 형형색색을 이뤄 해안경관을 더욱 아름답게 하고 있다. 또 해변을 걷노라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들리는 ‘뽀드득 뽀드득’ 소리와 발바닥에 느껴지는 감촉이 아주 상쾌하다. 파도가 드나들 때마다 휩쓸린 콩돌과 몽돌들이 서로 몸을 부딪쳐 구르면서 내는 해조음은 옥빛 바닷물의 파도 소리와 함께 감미롭게 들린다. 햇볕에 달궈진 콩돌 위를 맨발로 걷는 발지압마사지는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둥근 자갈들은 백령도의 모암(母岩)인 규암이 부서져 해안 파도의 마식작용에 의해 마모를 거듭해 형성된 것이며 백령도의 지형과 지질의 특색을 나타내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콩돌 자갈은 간조시 육지 쪽으로부터 조립질 자갈대(자갈 직경 16∼64mm), 세립질 자갈대(직경 16∼64mm) 및 중립질 자갈대(직경 16∼64mm)의 순으로 해안선에 평행하게 발달돼 있으며 하부에는 모래층이 있다.
감람암 포획현무암
백령도 북동부 해안가(하늬바다 해변)에는 감람암 포획현무암(천연기념물 제393호)이 진촌리 마을을 중심으로 주변의 해안까지 부채꼴 모양으로 분포하고 있다. 지형상 진촌리가 고도가 높은 것으로 보아 백령성당과 백령병원 부근이 분출의 중심으로 추측되나 분출구가 확인되지 않아 분출 양식은 알 수가 없다. 하늬바다 해안가에서 두께가 10m 이상 되는 용암층이 관찰되며 이 용암층 내에는 직경 1∼10cm 크기의 신선한 감람암(橄欖岩, Peridotite) 포유물이 다량 관찰된다.
백령도에 분포하는 이 현무암류는 분포 면적은 좁으나 제3기 말의 알카리 현무암류로서 지질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이 현무암류에는 제주도, 울릉도 및 추가령 열곡대에 있는 것과는 달리 1cm 이상이나 되는 초염기성 포획암류를 다량 함류하고 있어 맨틀 물질에 대한 추정 또는 알칼리 감람석 현무암질 마그마의 생성원인 및 분포과정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현무암 중에 포획돼 있는 감람암은 그것이 지각 아래쪽에 있는 맨틀에서 만들어진 현무암 마그마가 상승할 때 함께 상승해 분출된 것이기 때문에 지하 깊은 곳의 상태를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하며 이와 같은 감람암 포획현무암은 세계적으로도 산출이 그다지 흔치 않아 학술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자료가 된다.
심청전의 무대로서 효(孝)의 산 교육장
백령도에는 예로부터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 용궁에 갔다가 연꽃을 타고 다시 인당수로 떠올랐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그 연꽃이 조수에 떠밀려 연화리 해변에 연밥을 떨어뜨리고 연봉바위에 걸려 살아났다는 전설이다. 한국민속학회의 고증에 의하면 백령도는 ‘심청전’의 배경으로서 심청전에서 파생한 심청이 전해오고 인당수, 연화리와 연지, 연봉바위 등 전설의 증거물들이 존재하고 있다. 효녀 심청이 아버지 심학규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300석을 받고 몸을 던졌다는 인당수가 바로 백령도의 두무진에서 빤히 보이는 장산곶 앞바다라는 것이다.
인당수에 빠져서 용궁까지 갔다가 인간세계로 되돌아온 심청이를 태운 연꽃이 떠밀려왔다는 전설을 지닌 연화리 마을이 있고 옛날부터 이 마을 앞에는 연꽃이 피는 연못(연지)이 있었는데 논으로 개간됐다. 또 대청도 사이의 연봉바위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심청이를 태운 연꽃을 닮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진촌리 북쪽 산마루의 심청각에 오르면 북쪽으로 심청이 살신성효한 인당수와 장산곶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심청이 살아났다는 연봉바위와 대청도가 바라다 보인다. 심청각은 실향민에게는 망향의 아픔을 달래주는 장소이기도 하고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아침 공기의 상쾌함을 느끼게 하는 산책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이상도·동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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