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섬의 도시, 인천
仁川愛/인천이야기
2010-04-03 22:44:01
바다와 섬의 도시, 인천
글 스티븐 워커 교수(노스웨스트 컬리지)
150여 개의 크고 작은 섬들과 바다를 가진 인천은 다른 나라의 국제도시가 지니지 못한 독특한 멋이 있다. 인천은 아메리카에서 보면 대륙의 서쪽에 위치해 있는 미국과 캐나다의 아름다운 도시들 중의 하나인 시애틀이나 밴쿠버와 유사한 면이 많다. 우선 인천, 시애틀, 밴쿠버 등은 모두 서쪽에 위치해 있어서 멋진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도시들은 대륙 동쪽의 대서양이나 동해의 거센 파도가 주는 역동적 느낌과는 달리 평화롭고 잔잔한 서쪽 바다의 고요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세 도시 모두 국내외와 쉽게 교류할 수 있는 공항과 항만이 발달했고, 여객선과 크루즈 관광이 유명하며, 시애틀의 Space Needle, 밴쿠버의 빅토리아섬에 있는 Butchart Gardens, 인천의 인천대교 등 세계적인 명소들을 저마다 품고 있다. 배를 타고 인천대교를 보기위해 먼 곳에서도 많은 관광객들이 크루즈 관광을 즐긴다고 한다. 바다, 섬, 배 등은 아마 인천의 최고의 관광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의 섬들은 세계의 다른 항구도시들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모든 국제도시의 항구들이 갖지 않은 갯벌이 인천의 많은 섬들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갯벌은 인천의 섬들이 오랜 역사의 족적과 향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도회적인 색채만을 발산하는 다른 나라의 미항들과 달리 자연친화적이고 신비한 생명을 암시하는 상당히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인천의 섬들은 모든 곳에서 접근하기 쉽다. 인천의 섬들은 아기자기 하고 저마다 특별한 멋과 정취를 자아내며 모든 곳을 직접 가볼 수 있다. 인천의 섬들을 생각하면 ‘Nothing is out of reach. If you can see it, you can get it.’ 즉 어느 곳도 닿지 못할 곳은 없으며 눈으로 보이는 모든 곳을 직접 가볼수 있다. 생명이 숨쉬는 광활한 갯벌이 있고, 바다로 지는 석양이 아름다운 곳, 가는 모래, 작은 자갈, 진기한 돌들이 있는 곳, 인천의 섬들은 가고 싶고, 쉬고 싶고, 사색하고 싶은 곳이다.
두무진, 바닷속의 캐년
인천의 많은 관광지 중에서 다섯 개의 섬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백령도가 북한과 불과 10여 킬로미터 정도 밖에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흥미로웠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섬이 북한과의 경계선 근처라는 것이 DMZ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나로서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물개가 평화로이 서식하는 이 아름다운 섬은 시애틀 앞바다의 돌고래를 상기시켰다. 두무진이라는 기암절벽을 보았을 때, 그것은 바닷속에 자리잡은 캐년같았다. 섬 속의 동굴의 모습은 웅장하지는 않지만 제주도의 만장굴같은 섬 속의 동굴이라는 독특한 체험을 하기에는 충분했다. 원시의 모습을 한 커다란 돌들이 해변을 평면에서 입체로 만들고, 콩돌해안에서 모래대신 콩만한 매끌매끌한 작은 자갈이 바다의 양탄자처럼 깔려있는 모습은, 거친 돌과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미국의 해안과는 전혀 색다른 느낌이었다.
섬 속의 섬 덕적도. 연안부두에서 한 시간 40분 정도 페리를 타고 덕적도에 내렸다. 덕적도의 정승문 면장님을 통해 이 섬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들을 얻게된 것은 행운이었다. 면장님은 굵은 소나무가 바다와 모래사장에 어우러져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특히 강조하고, 이 섬이 47개의 군도를 거느리고 있다고 말하였다. 그 중에서 바닷속에서 멋지게 솟아올라온 선단여는 바다를 한 폭의 그림으로 만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 아름다움은 내가 아이슬랜드 해안에서 보았던 기암괴석들을 상기시켰다. 덕적도의 비조봉이라 불리우는 높은 바위는 서해안에서 가장 멋지게 볼 수 있는 일몰의 아름다움에 일출을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신석기시대의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나타내 주는 패총이라는 조개무덤은 짧은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 느낄 수 없던 진귀한 경험이었다.
작은 배로 갈아타고 굴업도로 향했다. 유일무이하게 섬에서 민물이 솟아난다는 굴업도는 마치 두 섬이 갈라진 듯 붙은 듯한 신비한 모습이었다. 섬자체가 자연사 박물관이라는 굴업도는 천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숨은 보석과도 같은 섬이었다.
덕적도 면장님과 함께 매운탕을 먹었는데, 정승문 면장님은 내가 외국인이라 매운것을 먹지못하리라 생각하여 지리와 매운탕 두가지를 주문하셨지만, 나는 매운탕의 생선과 얼큰한 국물을 더 맛있게 먹었다.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수제비라는 것은 참 표현하기 어려운 묘한 맛이었다. 후에 나는 그 생선이 미국인이 먹지 않는 장어였다는 것에 정말 놀랐다. 장어라고하면 먹지않을까봐 아무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어쨌든 나는 장어매운탕을 맛있게 먹었다.
한반도 역사의 산 증인
살아있는 역사교과서 강화도. 강화도는 아마 선사시대의 문화와 현대의 문화가 공존하는 한반도 역사의 산 증인일 것이다. 아름다운 숲들 사이로 가지런히 뻗어있는 깨끗한 도로들, 섬 속의 호수, 광활한 갯벌과 높은 산, 해변 등 없는 것이 없는 강화도는 어느 한 곳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었다.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여러 개의 고인돌부터 단군이 제사를 지냈다는 마니산의 참성단 그리고 호국의 상징들인 수많은 진, 보 등에서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한반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섬이다.
300년의 역사를 가진 캐나다 오타와에 밀랍으로 역사적 사건과 생활사를 재현한 커다란 문명박물관이 있는데, 한국은 그것보다 더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의 특산물이라는 인삼을 젤리로 맛보았다. 쌉싸름한 독특한 향기를 가진 인삼의 맛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것은 초콜릿의 쌉쌀한 맛과는 사뭇 다른 특별한 향기를 지니고 있었다.
세계적 수준의 국제공항, 세계적 명물인 인천대교, 국제도시의 중심지 그리고 아름다운 낙조가 어우러진 섬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마치 우주공항 같은 느낌이 드는 건축조형에 놀라게 되고, 다음에 초현대식 공항 내부의 시설과 조경에 놀란다. 공항을 나서면 멋진 LED 전광이 색색으로 변하는 ‘비상’의 의미를 담은 조각물이 반겨준다. 서해의 아름다움을 한층 돋워주고 서해임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일몰의 장관일 것이다.
미국과 한국, 한 역사 공유
나는 낙조를 보기위해 일몰이 가장 아름답다는 을왕리해수욕장을 가보았다. 피서철이라서 그런지 을왕리해수욕장에서 낙조를 보기위해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는 일은, 마치 뉴욕 5번가에서 주차하는 것 만큼이나 어려웠다. 주차공간이 생겨서 주차를 하고 내려보니 많은 사람들이 석양을 기다리며 낚시를 하고 있었다. 하늘밑으로 점점 가라앉는 해는 물에 닿자마자 바닷속으로 너무 빨리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붉은하늘과 붉은바다, 먼 바다를 가로질러 내 발 바로 밑까지 닿은 붉은 빛은 여기 도착하기까지의 모든 어려운 시간들을 모두 걷어가 버렸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해가 바닷속으로 다 들어가고 나서도 하늘에 남은 붉은 빛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고 사라진 붉은 낙조의 순간을 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문화의 거리 월미도. 나는 월미도가 섬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도시의 연장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미국과 한국이 서로 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는 증거인 자유공원과 맥아더장군의 동상은 나에게 이 섬에 대한 친근감을 더해 주었다. 이 곳은 나의 할아버지가 한국전 참전을 위해 들어오셨던 곳으로 개인적으로도 감회가 새로운 곳이다. 한국에서 가장 큰 차이나타운은 인천이 대한민국에서 국제교류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졌던 곳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월미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와 항구와 도시의 풍경은 색달랐고, 시애틀의 스페이스 니들의 전망대에서 보는 광경을 연상케 해주었다.
올 여름방학에도 다시 인천으로 가 환상적인 자연 속에서 서해의 낙조를 즐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들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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