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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철의 전망차

영원한 배다리맨

by 형과니 2023. 6. 12.

영원한 배다리맨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10-04-27 22:55:51


영원한 배다리맨

 

그분이 밖에 나서시면 부랑 노숙자가 붙드는 경우가 많다. 늘 그분에게 적선을 구하던 경험이 있는 그들이다. 그분은 지갑을 열어 몇푼 주시면서 술마시지 말고 밥사 먹으라고 하신다. 그들은 그러겠다고 대답하지만 이미 취해있는 상태이다. 그분이 자주 가시는 곳은 신포시장이요 테니스 치시고 귀가하는 길에 들러 식사하시는 경동 S설렁탕집이든지 회의때 가시는 동구청이다. 그럴때 마다 그들이 용케 알아보고 따라붙는 것이다.

 

그분 김관철 박사의 부음을 듣는다. 배다리 지금의 자리에서 지성소아과라는 어린이 병원을 여신지 60-그분은 영원한 배다리맨이다. 남들이 모두 신도심으로 떠나도 오로지 배다리를 지켜온 분이다. 그곳에서 노구를 이끌고 어린 환자들을 지성으로 보듬어 오셨다. 자택도 병원에서 지척인 창영동 골목안에 있어 그 길을 오고가셨다.

 

그분은 어린 환자들의 이름을 기억하셨다. 이제는 40~50대의 옛 어렸을적 환자들이 아무개라고 인사하면 용케도 아시고 반가워하셨다. “제 아이도 선생님 병원에 다녔습니다라고 노인이 된 보호자들이 인사하면 어린애 이름이 뭐였든가요묻고는 그때의 일을 추억하셨다.

 

김박사의 고향은 평양이었다. 그곳 평양의전을 나오셨다고 하는데 그래서 해마다 31일 제물포고교의 교장이시던 길영희 선생님 기제에 늘 참석하셨다. 길교장과는 평양고보이던가 동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분은 라이온스클럽에 몸담고 지성으로 사회봉사자로 활약하셨다. 신문사 편집국에도 자주 방문하셨다.

 

김박사의 천수 93-다만 귀가 어두웠을뿐 건강하시고 테니스를 즐기시던 분이다. 지난해 가을 부인과 사별하시고는 건강이 악화되셔 그를 아는 이들이 오래 가시지 못하겠다고 염려하던 터였다. 사실 그 연세면 장수이시다. 그래서일까. 주변에 동료가 없어 적적하다고도 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도규계의 동연배 신태범 이영호 박사도 가시고 같은 소아과를 하시던 신포동의 자선소아과 박창혁 원장도 지금 미국 시카고의 자녀댁에 머물러 계시다.

 

이제 어느 아기의 가슴을 헤집고 청진기를 꽂고 계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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