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책방거리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2-23 09:27:46
위기의 책방거리
조우성 <객원논설위원>
인천은 인구에 비해 도서관 수가 전국 대도시 최악의 수준이고 지역의 토착 대형 서점으로 겨우 살아남은 대한서림과 부평문고 등을 제외하면 서점의 대부분은 여성지나 참고서, 문제지 판매로 유지하는 영세상들이다. 그 신간 서점들이 비워온 문화적 공백을 채워가는 곳이 헌책방이다. 일본 토쿄의 '간다(神田)', 영국의 '헤이온와이' 등이 다 그같은 문화적 기능을 지닌 명소이다.
인천에는 4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책방거리가'동구 금창동에 있다. '글천지, 집현전, 샛별ㆍ울산ㆍ광명ㆍ한미ㆍ삼성ㆍ대창ㆍ아벨서점, 오래된 책집'등은 초등학교 학동들로부터 칠순에 이르는 청소년, 주부, 셀러리맨, 교수, 문인 등 애서가들에게 정이 들대로 든 이름인 것이다.
이 거리는 또 근대 문화의 거리로도 유서가 깊다. 개항 초기 서울로 가는 유일한 길목인 개화로(開化路)이자, 인천의 만세운동과 우리나라 초등 교육의 발상지일 뿐만 아니라 개신교의 유적인 기독교사회관 등이 위치한 명소인 것이다.
그런데 이 거리가 최근 위기에 처해 있다.
송도경제자유구역에서부터 청라경제자유구역을 잇는 산업도로 공사가 시작되었고 급기야는 6차선 도로가 이 지역을 무참하게 남북으로 두 동강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경인철도가 인천의 심장부를 갈라놓아 동구(東區) 일대가 피폐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산업도로 계획 자체가 동구 주민의 삶과 지역 문화의 보존은 안중에도 없는 일방적인 행정의 폭주라는 생각이 든다. 100년 뒤를 생각해서라도 도로의 지화화(地下化) 같은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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