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풍물기행 -민어(民魚) ① 인천의 상징, 여름철 근해 어류
인천의문화/김윤식의 인천 재발견
2007-03-17 16:33:33
인천 풍물기행 -민어(民魚) ① 인천의 상징, 여름철 근해 어류
황해 바다 도시 인천의 상징이라면 누구나 얼핏 소금과 더불어 근해에서 잡히던 풍부한 어류를 떠올릴 것이다. 특히 어물세시기(魚物歲時記:故 愼兌範 박사께서 저서 ‘먹는 재미 사는 재미’에 이미 재미난 어물 세시기를 쓰신 적이 있다)를 작성할 수 있을 만큼 달마다 철마다 다양하고 풍부하게 잡히던 어물만은 단연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외지 사람이나 인천 사람이나 아마 똑같이 수긍할 것이다.
우리 입맛을 끌던 많은 종류의 생선 가운데 대표적인 것들이 우선 겨울과 초봄에 걸쳐 잡히는 복어, 홍어, 숭어, 광어, 가자미를 비롯해 4, 5월 세계 최고의 맛을 가진 인천 조기와 꽃게, 거기에 전어, 주꾸미, 대하, 밴댕이 따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름 한철에는 도미, 준치, 병어, 덕대, 장어와 더불어 크기와 맛에 있어서 참으로 대단했던 민어, 농어를 들 수 있고 가을로 접어들면서는 갈치, 우럭, 삼치, 고등어 따위가 있다. 그밖에 오젓, 육젓, 추젓, 이렇게 부르던 새우젓과 수많은 젓갈류들, 조개류, 고둥류들은 또 어떠했던가.
아무튼 인천의 여름 어류 중 대표격은 민어였다. 조선 전기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도 인천의 특산물로 기록되어 있는 민어는 회와 구이, 그리고 특히 서덜 찌개가 일품이어서 1930년 전후한 무렵에는 서울의 한량들이 그 맛을 보기 위해 경인 열차를 타고 인천으로 내려왔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그러던 것이 근자에 들어와 민어는 물론 인천 근해 어족 자원이 거의 모조리 고갈되면서 대부분 입맛 낯선 원양 것이나 질 낮은 중국산으로 대체되고 말았다. 유명했던 연평도 조기 파시(波市)는 진작 전설 속으로 사라졌고, 그 좋은 꽃게와 민어마저도 조만간 우리 앞에서 자취를 감출 것 같은 현실이다. 여름이면 흔히 신포동 어물전 좌판 위에 시뻘건 알을 몸 밖으로 비죽이 내민 채 얼음덩이에 둘러싸여 누워 있던 모습이며, 웬만한 아이 몸집은 될 정도로 거대한 민어를 쪼개서 말린 암치 냄새와 쫀득한 어란 맛과 말린 부레를 끓여 만드는 민어 부레풀을 적어도 인천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누군가가 ‘조기, 꽃게, 민어, 새우젓은 인천의 한 상징이며 또한 인천의 정체성을 찾아 가는 한 표상’이라고 한 말을 이 여름, 신포시장 생선전을 지나치며 곰곰이 되씹어 보는 것이다. /김윤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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