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사진가가 담은 ‘만월산 이야기’ 外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7-06-26 15:02:59
다큐 사진가가 담은 ‘만월산 이야기’ 外
《eNEWS 책 이야기》
도시의 축복 ‘산’…사진 최용백 · 글 신은주의 ‘만월산 이야기’
도시 주변의 산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다. 도시를 품에 안고 있는 넉넉한 그 모습은 바라만 봐도 든든하다. 일상 속에서 산을 느끼는 사람들은 가족과 대화를 나누고, 운동을 하고, 또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모습에서 인생을 돌아보기도 한다.
만월산은 예전에 이 산의 흙과 돌이 모두 붉은 색이라 주(朱)자와 산의 형국이 기러기가 나는 것 같다 하여 안(雁)자를 붙여 주안산(朱雁山)이라 불렸다. 그리고 원통산으로 불렀다는 기록도 있고 신선이 놀았다고 하여 선유산이라고 불렀다고도 한다.
지금의 만월산(滿月山)이름은 1920년경 보월(普月:韓性安)스님이 산 정상에 올라서 산은 그리 높지 않지만 동서남북이 한눈에 다 보이고 특히 산세가 인천 도심을 향해 좌우로 팔을 벌려 모든 만물을 감싸 안을 듯한 형태를 취하고 있어 동방만월세계약사유리광불(東方滿月世界藥師琉璃光佛)이 계신 연원을 취한 데서 유래됐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최용백이 인천의 <만월산 이야기>(푸른세상, 15000원)를 사진에 담았다. 10년 전부터 만월산과 그 주변의 변화를 작업해 온 작가의 사진을 읽어가는 길은 만월산의 재발견이면서 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지에 정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
만월산 정상에서 바라본 인천의 아름다운 야경, 지금은 없어졌지만 구월동 논밭에서 일하는 아줌마의 모습과 어우러진 만월산에서 느껴지는 평화는 마음까지 편하게 해 준다. 중앙공원이 조성되기 전의 달동네와 만월산 역시 지금은 볼 수 없는 귀한 풍경으로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은 만월산 정상에서 바라다 보이는 곳의 지명을 ‘건설교통부 국립지리정보원의 인천의 산 관련 공식적인 자료’를 참고하여 정확하게 기록했다. 동네에 산이 있어 항상 산을 찾지만 산의 유래나 역사, 생태 등은 잘 모르는 현실에서 이 책은 인천을 제대로 알게 해 주는 점에서 교육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원고지 위에 펼쳐진 풍요로운 성찬…김진초 소설집 ‘옆방이 조용하다’
여류 장편 소설가 김진초의 소설집 ‘옆방이 조용하다’(개미, 9000원)가 나왔다. 이 작품집에는 ‘내시, 완자 씨’, ‘우산은 편의점에 있다’, ‘이태리 영화’, 표제작인 ‘옆방이 조용하다’ 등 주옥같은 단편소설 10편과 평론가 이경재의 작품해설이 실려 있다.
올해로 등단 10년 차를 맞은 김진초는 2001년 소설집 ‘프로스트의 목걸이’, 2004년 소설집‘노천국 씨가 순환선을 타는 까닭’, 2005년 장편소설 ‘시선’을 내었으며 이 작품으로 2006년 인천문학상을 수상했다.
작가 김진초는 고추밭에 앉은 잠자리를 잡는 어린애의 놀라운 집중력과 순심으로 평범한 일상 속의 비범한 의미들을 조심스럽게 작품으로 건져 올리고 있다. 그의 예리하고도 따뜻한 손길을 거치면 흥밋거리로나 여겨질 내시의 삶이 온갖 꽃으로 피어나고, 냉장고에서 썩어가던 전복이 소통불능의 세상에 균열을 일으키는 전복죽으로 끓어오르며, 흔하디흔한 크리스마스카드의 포인세티아가 타인을 위한 자기희생의 이미지로 부활한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소설들에서는 모두 이러한 마법들이 펼쳐지고 있는데 김진초는 어린 시절 별 것 아닌 재료로 매끼 밥상을 풍요로운 성찬으로 바꿔놓던 어머니의 마술을 원고지 위에서 펼친 것이다.
시민과 문학인들이 함께 읽는…‘작가들’ 여름호
인천 지역에서 발간되는 지역문학 계간지 ‘작가들’ 2007년 여름호(통권 21호)가 출간됐다. 1999년 12월 반년간지로 창간된 작가들은 2004년 겨울호 발간을 계기로 계간지로 전환, 계간 11호째를 최근 냈다.
“깨어있는 삶! 깨어있는 문학!”을 모토로 중앙 문예지와의 차별성과 지역 문예지의 정체성을 모색해온 작자들의 노력은 이번 호에서도 다양한 작품과 비평적 담론을 통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번 호의 특집은 ‘다문화시대와 이주민문학’으로 인천의 특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국경을 넘나드는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혼종성의 시대에 대한 문학적 모색을 비평과 이주노동자의 시를 통해 천착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범설 수바의 시 5편이 보여주는 매우 진솔하면서도 담백한 시적 언어는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내장하고 있다.
작가들은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도 지면쇄신을 단행했다. 새로 신설한 <평론>과 <리뷰>란을 통해 지역 내외의 주목할 만한 문학적 성과에 대해 생산적 대화 건네기를 잊지 않았다.
하종오 시인의 새로운 시적 천착을 깊이 있게 검토한 정은경의 평론과 지난 호에 이어 <인천 도시정체성의 발견>을 다양한 문화적 텍스트로 되살핀 이욱·김혜영의 글은 특히 주목에 값한다. 특히 이번 호에 한국전쟁기 국민방위군의 참상을 생생한 증언으로 들려준 심재갑 선생의 기록은 너무나 가슴 아픈 우리 현대사의 증언이다.
이외에도 <기획연재>와 <현장문화통신>에서 지역의 정체성과 새로운 시민운동의 맥락을 탐색하고 있다.
글로벌 인천은 살기 좋은 인천인가?…황해문화 여름호
인천은 지금 술렁이고 있다. 공업도시, 공해도시, 뜨내기들의 도시, 빈곤한 도시, 문화도 정체성도 없는 도시라는 오랜 오명에서 벗어나 고품격 세계도시로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은 바야흐로 세계화 혹은 지구화 시대의 총아적 도시로 환골탈태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세계화된 인천은 살기 좋을까?
황해문화 여름호가 특집으로 개발현황에 대한 전문가 진단을 내놓았다. 황해문화 2007 여름호는 ‘글로벌 인천은 살기 좋은 인천인가’를 특집으로 잡았다.
첫 글인 최병두 선생의 ‘지구-지방화, 메가 프로젝트, 글로벌 인천’은 세계화 논리를 빙자해 사실상 부동산 개발과 그로 인한 도시공간의 상품화, 그리고 그를 통한 투기차익을 노리는 대규모 도시개발 프로젝트의 측면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그 피해를 막기 위해 사업에서 소외되는 사람들과 자연생태계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배려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인천상의 이인석 상근부회장은 ‘도시의 세계화, 그리고 인천의 부활’을 통해 인천의 적극적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자본중심의 도시개발에 의한 승자독식을 우려하는 한편 지속가능성의 모색, 구도심 문화의 성장동력화, 시민과 함께 하는 협치 체계의 형성 등을 삶의 질을 제고하는 도시개발의 기본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밖에 인천의 변신을 신자유주의적 개발주의 이데올로기로 규정하고 시민과 문화, 철학의 결여를 비판한 홍덕률 선생의 ‘인천 발전담론과 발전주체의 재구성’, ‘2020 인천도시기본계획안’이 품고 있는 천지개벽에 가까운 인천공간의 전면적 황폐를 문제 삼은 인하대 구영민 교수의 ‘큰 계획의 폭력을 넘어서’ 등 여섯 편이 특집을 구성하고 있다.
새로운 기획으로 준비된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사회 구성원으로 편입되는 외국인 여성들과 그 자녀들의 문제에 관한 신은영 선생(동아시아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의 글 ‘농촌에 퍼져 나가는 다문화 물결’은 한국사회의 변화된 주체들을 점검하는 작업이다.
끝으로 변혁적 중도주의의 입장에서 87년 체제 한계론, 혹은 붕괴론에 대한 한반도적 시각에서 해답을 모색하는 문학평론가 백낙청 선생의 특별기고 ‘6월항쟁 이후 20년, 어디까지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도 눈에 띈다.
편집주간인 인하대 김명인 교수는 “인천의 세계화가 낳게 될 양극화와 일상적 삶의 안정성 파괴, 그리고 투기화와 도시황폐화에 대한 우리가 크다.”면서 “앞으로도 황해문화는 글로벌 인천담론 속에 숨은 문제와 모순들을 예의 주목하면서 바람직한 인천상의 정립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영일 편집위원 openme@incheo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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