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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의 인천이야기85

강화 고려산 강화 고려산 인천의문화/김윤식의 인천 재발견 2009-04-10 11:51:34 붉은 진달래꽃 정수리에 불지른 듯 강화 고려산 지금쯤 불이 붙기 시작할 게다. 붉은 꽃들이 제 가슴의 피울음을 어쩌지 못해, 제 몸의 불길을 어쩌지 못해, 무턱대고 피어 나자빠지고 있을 것이다. 이 봄이 또 일을 저지르는 것이다. 아득한 선사시대 때부터, 고구려 때부터, 고려 때부터, 봄이면 저 몹쓸 짓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진달래가 피는 것이다. 아니, 진달래는 피는 것이 아니다. 그냥 하늘 어디에서 일시에 쏟아져 내린 수억 붉은 이파리들일 뿐이다. 정념의 불길이요, 몸살일 뿐이다. 제 몸속 어디 깊은 어둠을 못 견디어 내지르는 비명소리, 신음소리일 뿐이다! 그 타오르는 비명소리에 끌려 몇 해 전 이맘때, 여기 고려산에.. 2023. 5. 23.
중구 해안동 ‘아트 플랫폼’-옛 창고지대가 ‘인천 예술기지’로 중구 해안동 ‘아트 플랫폼’-옛 창고지대가 ‘인천 예술기지’로 인천의문화/김윤식의 인천 재발견 2009-04-04 14:55:19 옛 창고지대가 ‘인천 예술기지’로 중구 해안동 ‘아트 플랫폼’ 인천아트플랫폼. 19세기 말엽 인천 개항 이전에는 한적한 제물포 포구요, 개항 후에는 주요한 제물포항으로서 물자 수출입 중심지였던 중구 해안동 1가 옛 창고(倉庫) 지대 일부가 ‘인천 예술의 기지(基地)’가 되어 금년 10월부터 활용되게 된다. 귀에 설고 생소하지만 그곳을 부르는 명칭이 바로 ‘아트 플랫폼(Art Platform)’이다. 건물의 신축이나 리모델링 같은 기반 시설 준비는 이미 다 되었고, 막바지 국부적이고 세부적인 마감 손질을 하는 중이다. 애초 입안(立案) 단계에서는 우리 식으로 ‘예촌(藝村)’이라.. 2023. 5. 23.
흥륜사의 저녁노을 흥륜사의 저녁노을 인천의문화/김윤식의 인천 재발견 2009-03-28 13:14:29 청량산 자락 ‘인천의 夕陽三寶’ 흥륜사의 저녁노을 “누구나 새해 첫날은 동해 물 속에서 이글거리는 얼굴로 떠오르는 그 붉은 해를 맞고 싶어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또 그 ‘말갛게 씻은 얼굴’을 맞으러 정동진이니 포항이니 강릉이니 하며 동해로 몰려든다. 하지만 인천에서는 창해(滄海) 위로 떠오르는 숫티의 해를 보지 못한다. 인천은 온갖 번뇌의 만상으로부터 하루를 벗고 참으로 고요하게, 그러면서 화려하게 돌아가는 태영, 지는 해의 고장이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무릇 동해의 어느 포구, 어느 기암 산정의 일출에 차마 마음 울렁거리지 않을 수 있으랴. 허나 뜨는 해는 이내 백일(白日)을 향해 달음질쳐 매력을 잃거니와 지는.. 2023. 5. 22.
중구 남북동 ‘조병수 가옥’ 중구 남북동 ‘조병수 가옥’ 인천의문화/김윤식의 인천 재발견 2009-03-25 23:03:37 흙·바람·소나무 냄새 숨쉬는 古屋 (10) 중구 남북동 ‘조병수 가옥’ 우리 인천에 이런 고옥(古屋)이 남아 있다. 개항과 함께 인천에 멋대로 들어와 자리잡았던 일인들의 가옥이나 은행 같은 상관(商館)은 중구 중앙동 거리에 몇 채 남아 있어도, 백 년 넘는 순수 우리 옛집은 찾아보기 힘든데 참으로 기특하고 다행스럽게 ‘조병수 가옥’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집이 남게 된 것은 그곳이 섬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도심이었다면 아마 벌써 사라지고 그 자리에 시멘트 덩치가 섰을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집이 자리한 곳이 용유도 주산 오성산(五星山) 바로 아래였던 것이다. 지금은 영종도와 몸이 붙어 버렸으니 정확히 말하면 .. 2023. 5. 22.
북성포구 골목길 북성포구 골목길 인천의문화/김윤식의 인천 재발견 2009-03-07 21:54:18 거대한 공장 틈새 ‘동화 속 통로’ (9) 북성포구 골목길 이 좁은 골목에 들어서면 문득, 무슨 동화 속 통로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곧장 뻗은 길 저 끝에서 꼬부라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앞서 이 길을 지나간 자들의 주검이 나뒹굴고, 그 뒤에 거미줄과 박쥐와 불길한 새의 울음소리, 그리고 검은 두건을 쓴 음험한 마녀가…. 그러나 골목에서 꺾여진 안쪽에는 축대 아래 개천 같은 바다와 십여 척 작은 어선들이 올망졸망 와 닿는 소박한 부두 ‘턱’이 나온다. 그 좁은 축대 위에는 철따라 우럭과 광어, 낙지, 주꾸미, 밴댕이, 소라 따위를 파는 옹색한 횟집들이 늘어서서 여기 순례자들을 잡아들인다. 옛날 이곳을 처.. 2023. 5. 21.
외국인 묘지 외국인 묘지 인천의문화/김윤식의 인천 재발견 2009-02-28 01:01:36 개항사 곡절의 증인들 잠든 곳 (8) 외국인 묘지 중구 송월동에서 동구 만석동으로 넘어가는 육교로 인천역 구내 철길을 건너 만석동우체국 옆길을 따라가면 중구 북성동 1가 1번지, 옛 외국인 묘지 자리가 나온다. 외국인 묘지라니?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우리 인천에 일본인 묘지, 중국인 묘지와 함께 서양 사람들만 묻히는 외국인 묘지가 있었다. 외국인 묘지는 애초 2만6천400㎡(8천여평)에 이르는 넓고 완만한 평지와 구릉을 가졌었는데, 묘역은 약 9천900㎡(3천평) 정도에 이르렀었다. 이 묘지는 인천 도심이 점차 확장되면서 1965년 연수구 청학동으로 이전했다. 그 후에도 묘역은 철도 부지로 잠식당해 지금은 담장 안에.. 2023.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