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문화/인천배경문학,예술,문화190 인천항 / 박팔양 인천항 / 박팔양 조선의 서편 항구 제물포부두. 세관의 기는 바닷바람에 퍼덕거린다. 젖빛 하늘, 푸른 물결, 조수 내음새 오오, 잊을 수 없는 이 항구의 정경이여. 상해로 가는 배가 떠난다. 저음의 기적, 그 여운을 길게 남기고 유랑과 추방과 망명의 많은 목숨을 싣고 떠나는 배다. 어제는 Hongkong, 오늘은 Chemulpo, 또 내일은 Yokohama로, 세계를 유랑하는 코스모포리탄 모자 빼딱하게 쓰고, 이 부두에 발을 내릴 제. 축항 카페에로부터는 술 취한 불란서 수병의 노래 "오! 말쎄이유! 말쎄이유!" 멀리 두고 와 잊을 수 없는 고향의 노래를 부른다. 부두에 산같이 쌓인 짐을 이리저리 옮기는 노동자들 당신네들 고향이 어데시오? "우리는 경상도" "우리는 산동성" 대답은 그것뿐으로 족하다. 월.. 2024. 3. 27. 만 석 부 두 / 엄 태경 종군기자 Neil Mishalov의 1969년 2월의 인천사진 만 석 부 두 엄 태경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된다. 생선가시처럼 박힌 좁다란 철길 건너 물비린내가 찌들은 그곳에서는 기우뚱 서 있는 배들을 보며 표정 없이 떡밥을 뭉치는 얼굴이 있는 그곳에서는 킬킬대며 쏟아지는 오줌발을 향해 공장굴뚝이 탁한 침을 뱉는 그곳에서는. 흐릿하다. 詩에서 부두의 표정이 느껴진다. 잘 사는 동네는 아니지만 이 곳에도 사연을 묵힌 채 웅얼웅얼 삶에 기대어 사는이들이 있음을 얘기한다. 문득 이 시의 한 가운데에서 아카사카 촌 한국중공업 사택에서 신혼생활을 했던 시절이 부옇게 떠오르다 연기처럼 흩어진다. 내게 꿈 한 조각 서린 동네이기도 하다. 2024. 3. 10. 이제 우리는 어디서 이선균만한 배우를 찾을 수 있을까 이제 우리는 어디서 이선균만한 배우를 찾을 수 있을까 [윤세민의 영화산책] (14) / 배우 이선균 - 윤세민 /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 시인, 평론가, 예술감독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참된 어른 멘토로서 전한 명대사는, 이제 고인이 된 이선균의 상황과 대비되면서, 안타까운 눈물을 머금게 한다. ‘사회적 타살’, 이선균의 죽음 참 아까운 배우를 잃었다. 비극이다. 비극의 주인공은 정작 극 중에선 아무리 비극적 상황에서도 끝내 선한 성품과 의지와 용기를 잃지 않았었는데... 그 바보 같은 착함이, 가족과 지인과 그를 아끼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안 가져도, 아니면 조금만 가져도 되었을) 죄책감과 미안함, 배우와 연기에 대한 순수한 애착과 책임감 등이 끝내 그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고 만 것인지..... 2024. 1. 3. 월미도 해녀요 (月尾島 海女謠) 월미도 해녀요 (月尾島 海女謠)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22-06-26 02:05:32 월미도 해녀요 (月尾島 海女謠) -김동환 놀저물때마다 멀어지네 내집은 한달에 보름은 바다에 사는 몸이라 엄마야 아빠야 그리워지네 진주야 산호를 한바구니 캐서 이고서 올날은 언제이든가 고은천 세발에 나룻배 끌을날 언제든가 보면 볼수록 멀어지네 내집은 엄마야 아빠야 큰애기라 부르지 마소 목이 메어 배따라기조차 안나오우 -1927년 습작시대 2023. 7. 10. 갈매기도 사라졌는데 / 최성연 갈매기도 사라졌는데 / 최성연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22-04-05 01:42:25 갈매기도 사라졌는데 / 최성연 # 인천 항구에서 자취를 감춘 갈매기떼의 사연 새하얀 갈매기떼 훨훨 떠돌다는 때때로 곤두박혀 먹이도 쪼아가며 누백대(累百代) 둥질 틀고서 새끼 치며 살던 포구. 하 오래 겪다 보니 짠 물도 섞여들고 깃털을 더럽히는 체통쯤 잃을 망정 옛정을 어쩌지 못해 눌러앉아 살쟀더니, 치어랑 전어떼랑 모두 다 지레 죽고 허기져 처지는 나래 휘젓기도 힘겨운데 지겹게 깔린 오염(汚染)일레 죽지 못해 안 갔나베 [신동아, 1973. 3.] 최성연(崔聖淵) 현대 시조시인. 인천(仁川) 출생. 호는 소안(素眼). 1934년 경성 제2고보(京城第二高普) 졸업. 1955년 《동아일보(東亞日報)》 창간 3.. 2023. 7. 8. 인천항 / 최승렬 인천항 / 최승렬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22-04-05 01:20:23 최승렬(崔承烈), 1921. ~ 2003 인천항 / 최승렬 고달픈 향해에 지친 아메리카 상선이 떠났던 여인처럼 돌아와 한숨을 쉬면 갈매기 비둘기처럼 띄워서 출영의 메세지를 보내는 월미도 그늘 인천이여 너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뜨거운 해후 부푸는 바다의 가슴 위에 뿌려지는 장밋빛 로맨티시즘으로 숨결은 태평양이 고여 와 일렁이는 더운 조수 벗은 태양이 테이프처럼 나부껴 출렁댄다. 그리하여 항구여 너는 필경 바다를 술처럼 들이킨 보헤미안의 기항지. 흘러운 사람들이 모여서 향수를 병처럼 앓고 미운 사람들끼리라도 진실로 미운 사람들끼리라도 헤어지는 슬픔을 가르치는 에미보다 자비론 뉘우침의 부두를 지녀 신포동 근처를 서성이자면, 아.. 2023. 7. 8. 이전 1 2 3 4 5 6 ··· 3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