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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문화/인천배경문학,예술,문화190

숲 사이를 거닐며 / 진우촌 숲 사이를 거닐며 진우촌 깊은 밤 홀로 숲 새를 거닐면 새들은 잠들어 달빛을 꿈꾸고 내 마음 잠들어 옛 일을 꿈꾼다 나무를 흔들어 새 꿈을 날리면 내 꿈도 날으고 달빛도 날아 꿈 품은 나래를 쉬일 곳 없어라 산근정 숲에서 2024. 4. 1.
소월미도의 꿈 소월미도의 꿈 김차영 청춘의 감상이란 구겨진 신문쪽과 같이 값싼 것이라 하여 버린다손 치더라도 찾아가는 8월의 소월미도는 젊은 감정의 신기루가 아닐 수 없다. 피와 땀의 입체인 양 우뚝 솟은 등대여! 예지의 탑인 듯 바다를 굽어보는 너의 심정은 멀리 육대양으로 통하는 항로의 애수가 숨었을 것이다. 화륜선의 뱃고동소리 애달픈 눈물을 머금고 떠나간 사람 그 누구이냐 오늘도 소월미에 나풀거리는 여학생들의 푸른 꿈은 나비의 넋을 가지고 붕정만리(鵬程萬里) 해풍을 타고 날으리 만문순례(漫問巡禮) 2024. 4. 1.
대흥정 잔디에서 대흥정 잔디에서 진우촌 고요하고도 깊은 밤이외다 세상은 달 이불에 덮여서 잠들어 있는데 사스러이도 마을의 등불은 자지도 않고 별들과 이야기합니다 그때에 나의 가슴에서는 깊이깊이 숨어 있던 사랑의 구슬이 가만가만히 굴러 나와서 당신 가슴으로 가려 합니다 2024. 4. 1.
월미도 해녀요(月尾島 海女謠) 월미도 해녀요(月尾島 海女謠) ​ 김동환 놀 저물 때마다 멀어지는 내 집은 한 달에 보름은 바다에 사는 몸이라 엄마야 압바가 그리워지네 진주야 산호를 한 바구니 캐서 이고서 올 날은 언제이든가 고운 천 세 발에 나룻배 끌을 날 언제던가 보면 볼사록 멀어지네 내 집은 엄마야 압바야 큰애기라 부르지 마소 목이 메여 배따라기조차 안 나오우 '습작시대(1927)' 2024. 4. 1.
귀범 조백파 귀범 조백파 황혼은 영종도 곱은 허리를 감돌고 갈매기 고요히 물을 차는데, 제물포라 정든 포구 그리운 저녁 고기잡이 작은 배 석양을 싣고 황금의 바다 위를 미끄러지네. 인천 바다와 바닷가 풍경은 시민들에게 낭만적이고 서정적 감정을 불러 일으키거나 어떤 대상에 대한 그리움을 촉발하는 매개가 되었다. 특히 인천출신의 시인들은 인천에서 나고 자란 경험을 자양분 삼아 외지인들과는 또다른 시각에서 인천바다의 아름다움을 포착했다. 조백파와 김동석은 석양이 깔린 인천바다의 아름다움을 한 편의 수채화와 같이 서정적으로 그리거나 바닷가 어부들의 소박한 모습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김소월에게 인천의 밤바다는 사무치는 그리움을 자각하고 심화하게 하는 결정적 계기이다. 2024. 3. 31.
길에서 - 제물포 풍경 - 김기림 모닥불 붉음은 죽음보다도 더 사랑하는 금벌레처럼 기차는 노을이 타는 서쪽 하늘 밑으로 빨려갑니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의 성냥개비나 사공의 '포케트'에 있는 까닭에 바다의 비린내를 다물었습니다. 오후 두 시... 머언 바다의 잔디밭에서 바람은 갑자기 잠을 깨어서는 휘파람을 불며불며 검은 조수의 떼를 모아가지고 항구로 돌아옵니다. 푸른 모래밭에 가빠져서 나는 물개와 같이 완전히 외롭다. 이마를 어루만지는 찬 달빛의 은혜조차 오히려 화가 난다. 낯익은 강아지처럼 발등을 핥는 바닷바람의 혓바닥이 말할 수 없이 사롭건만 나는 이 항구에 한 벗도 한 친척도 불룩한 지갑도 호적도 없는 거북이와 같이 징글한 한 이방인이다. 부끄럼 많은 보석장사 아가씨 어둠 속에 숨어서야 루비 사파이어 에머랄드... 그의 보석 바구니.. 2024. 3. 27.